[인터뷰] “일제와 끝까지 싸운 청년에 바치는 작은 공양”

소설 ‘1915-현성 이야기’ 저자 이준태
일제 항거하다 사그라진 지식인 청년의 꽃다운 생애 그려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이념 논쟁에 새로운 화해의 길 제시하고 싶다”

이준태 작가. 사진/경기일보
이준태 작가. 사진/경기일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소개한다면.

일제 강점기를 온몸으로 맞서며 사람을 사랑한 젊은 지식인의 이야기다. 당시 우리 집안에 서울로 유학 간 청년(내겐 집안 어른)이 있었는데 그분을 모티브로 해 ‘현성’이란 인물이 탄생했다. 이 소설은 실존했던 그분의 삶의 재구성한 것이다. 그분은 당시 조선 청년이라면 당연히 했을 일제저항운동을 했다. 비밀결사를 조직해 항거하다 잡혀서 고문을 받았고 끝내 폐인이 되고 말았다. 그토록 바라던 조국 광복의 기쁨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밝은 세상 한번 못보고 세상을 떠난 그를 기리며 쓴 작품이다. ‘1915’는 현성이 태어난 해이다.

■집필에 4년이 걸렸다. 어려움은 없었나?

당연히 힘들었다. 그를 이해하려면 강점기 지하 항일운동에 대한 공부가 필수였다. 20세기 초반 전 세계 젊은이들에겐 사회주의가 유행처럼 번졌고 국내 젊은이들도 접해 독립운동으로 연결했다. 앞날이 보장된 엘리트 청년들이 독립운동과 사회주의를 왜 선택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집필하면서 ‘괜한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둘 순 없었다. 고통을 즐기면서 끝까지 써내려갔다. 초고는 900쪽이 넘었고 수차례 탈고를 거쳐 500여 쪽으로 줄였다.

■집안 이야기라면 오히려 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일제강점, 한국전쟁, 이념 갈등 등 굵직한 한국 현대사의 고통을 실제로 집안사람들이 겪었다. 나는 그걸 보고 들었다. 그 와중에 차별, 갈등, 모멸 같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일들을 체험했다. 이런 이야기를 남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부족한 스스로 채우고 치열하게 노력했다.

■무엇에 중점을 두고 소설을 썼나?

재밌는 서사로 꾸며갔다. 이야기만 보면 어둡고 무겁다. 전도유망한 젊은 청년이 고문을 받아 반신불수가 돼 세상을 떠난 이야기가 어떻게 재밌을 수 있겠나. 평생을 항일 투쟁만 하며 그게 전부인 줄 알던 사람들이다. 그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어 연애에 중점을 뒀다.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찬란했던 시절 그들의 연애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 지하 조직으로 끝까지 싸우다 사라져 간 우리의 선조, 백성, 애국자 그들의 영전에 작은 공양이 됐으면 한다.

■책 속에 있는 현성의 흑백사진이 인상적이다. 누구인가.

현성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다.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다. (책을 덮고 다시 사진을 보며 감동한다는 독자들이 있다.) 그들의 치열하고 순수했던 삶 그 자체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 것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을 통해 현성의 순수한 열정과 꿈이 독자들에게 남기를 바란다.

■독자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이념 논쟁에 새로운 화해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던 소설, 그리고 독서광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소설로 남고 싶다. 또, 선대의 삶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말았으면 한다. 제대로 받아들이고 교육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민현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