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소속 12명, 1천300만명 관리
동선 파악 등 실시간 대응 한계
“시·군·구 보건소 전문인력 필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6명으로 늘어나면서 기초지방자치단체 소속 역학조사관의 필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수원과 부천 등에서 연이어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일선 시ㆍ군은 역학조사관 등 감염병 관련 전문인력이 없는 탓에 중앙정부만 바라보며 전전긍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질병관리본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활동 중인 역학조사관 수는 총 130명(중앙 77명, 광역 시ㆍ도 53명)이다. 경기도에는 12명(민간 6명)의 역학조사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원인과 특성, 유행 차단 방법 등을 조사하고 있다. 역학조사관 자격은 의학ㆍ간호학ㆍ보건학 등 전공자가 2년간의 역학조사관 수련 과정을 이수하면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도 소속으로 12명의 역학조사관이 활동하고 있지만, 도내 31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소속 역학조사관은 단 한 명도 없다. 12명의 도 소속 역학조사관이 경기도 전역과 1천300만 명에 달하는 도민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선 시ㆍ군에도 역학조사관 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경우 2명 이상 역학조사관을 둬야 한다. 해당 법령 제60조의2를 보면 ‘시ㆍ도 소속 공무원으로 각각 2명 이상의 역학조사관을 둔다. 다만 시ㆍ도지사는 역학조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시ㆍ군ㆍ구에도 역학조사관을 둘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법령이 도내 시ㆍ군에 역학조사관을 배치할 권한을 도지사에게 주는 탓에, 도 소속 역학조사관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도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역학조사관을 파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1일과 2일 부천과 수원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해당 확진자가 군포 등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일선 시들은 별다른 대응도 나서지 못한 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시민에게 알리는 역할에만 그쳤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자체적으로 역학조사관을 둘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건의했으나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역학조사관의 수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부족하다. 중앙과 시ㆍ도뿐 아니라 각 시ㆍ군ㆍ구 보건소마다 역학조사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총력 대응하고 있어 관련 법령 수정은 아직 검토되지 않고 있다”며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일 공개된 ‘제7기 경기도 지역보건의료계획 2019 시행결과’에서도 도내 감염병 대응 체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경기도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감염병 대응 시 어려움으로 ▲24시간 신종 감염병 의심환자 또는 환자 대응(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과 연계ㆍ대응할 수 있는 경기도 상황실 운영 필요) ▲시ㆍ도 주관 역학조사 업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경기도는 전국 최다 인구 및 감염병 발생조사범위 최대 지역으로 역학조사관 신속 대응 한계 등을 지적했다.
여승구ㆍ채태병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