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中에 맞춘 방역망… 경기도 감염 피해 키운다

구리 17번 확진자 싱가포르 출장 병·의원 3곳 찾았지만 ‘귀가 조치’
일본·태국 방문자도 감염 잇따라 의료기관 환자 대응기준 도마 위

▲ 안승남 구리시장 페이스북 캡처

경기동북부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발생하며 경기도 전역이 감염병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정부의 ‘중국 방문 기준’ 방역망이 사태 확산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확진 환자가 증상 발현 후 의료기관 3곳을 찾아다녔으나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검사 대상에서 제외, 열흘가량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5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3명 추가, 총 19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구리시에 거주하는 17번 환자(명지병원에서 격리)는 싱가포르에 출장 갔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8번 환자(전남대병원에서 격리)는 16번 환자의 딸로 어머니와 함께 태국을 여행했다. 19번 환자(서울의료원에서 격리)는 17번 환자와 싱가포르 출장을 함께 다녀왔다. 이로써 경기도 확진자는 총 6명이다. 17번 외 3번 환자(고양 체류ㆍ명지병원 격리), 4번 환자(평택시민ㆍ분당서울대병원 격리), 12번 환자(부천 거주 중국인ㆍ분당서울대병원 격리), 14번 환자(12번 환자 부인ㆍ분당서울대병원 격리), 15번 환자(수원시민ㆍ국군수도병원 격리) 등이 있다. 1~19번 환자로 인한 자가격리 대상(접촉자)만 도내 661명이다.

특히 이날 17번 환자의 이동 동선이 공개되면서 방역 당국의 ‘의료기관 대상 환자 대응’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안승남 구리시장이 명시한 동선에서 17번 환자는 지난달 24일 싱가포르에서 귀국,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같은 달 26일 한양대 구리병원, 27일 삼성서울가정의원, 이달 3일 서울아산내과 등 의료기관 3곳을 방문했다.

그러나 의료기관들은 ‘단순 발열’ 등 일반 진찰만 취할 뿐 별도로 신종 코로나 검사ㆍ진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측이 ‘중국 방문 이력이 있어야 의심 환자로 분류, 검사ㆍ진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의료 기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환자는 증상 발현 후 열흘가량을 대중교통(지하철 5호선, 95번 버스, 택시)으로 음식점, 마트, 지하철역 등을 활보하다가 말레이시아인 지인의 양성 판정 소식을 듣고 이달 4일부터 자가격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정부가 이처럼 중국 방문을 중심으로 둔 이유는 하루 신종 코로나 검사 가능 건수가 160건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뒤늦게 이날부터 새로운 검사법을 개발해 하루 검사 물량을 2천여 건까지 늘리고, 대응 지침을 중국 방문 이력 중심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지만 1호 환자 확진(지난달 20일) 후 16일 만에 조치라 ‘방역 공백 목소리’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방역 사태를 두고 추가 확진자 발생지인 구리시에서는 방문이 확인된 의원 2곳과 거주지 인근 스포츠센터에 대해 긴급 폐쇄 조치를 내리면서 향후 2주 동안 시립도서관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임시휴관 및 행사 취소 등을 이행하기로 했다.

정부에서도 ▲전국 대학 개강 연기 및 단체행사 자제 권고 ▲확진자ㆍ격리자ㆍ휴업업체, 자영업자ㆍ관광업자에 대한 국세ㆍ지방세 징수와 세무조사 유예 ▲마스크ㆍ손 소독제 국외 대량반출 차단 ▲감염자 10명이 한꺼번에 확인된 일본 대형 크루즈선 내 한국 국적자 9명에 대한 검역 관리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확진된 국내 2번 환자(서울시민ㆍ 서울의료원에서 격리)가 이날 퇴원함에 따라 실제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국내 18명이다. 지난달 20일 확진된 1번 환자(중국인ㆍ인천의료원에서 격리)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이르면 6일 격리해제할 방침이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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