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ㆍ체크카드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카드 지갑이나 스마트폰만 소지해도 물품 구입이나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세상이 됐다.
전자금융 인프라 등 기술적 기반이 마련된 데다 탈세방지 및 지하경제 축소, 거래의 간편성과 현금 관련 강력범죄 단절 등의 긍정적 효과로 인해 현금거래의 비중이 작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동전 및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신용카드 등 비현금 지급수단을 주로 사용(약 90% 수준)하는 사회를 현금 없는 사회로 지칭한다. 2019년 4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중 가계의 평균 현금보유 규모는 2015년 30.1만 원에서 20.3만 원으로 뚜렷이 감소했다. 현금지출 용도는 상품ㆍ서비스 구입이 약 62%, 사적 이전지출ㆍ경조금 등 개인 간 거래가 약 38%를 차지해 2015년에 비해 개인 간 현금거래가 계좌이체 등 비현금 방식으로 대폭 이동했다. 또한, 현금 없는 사회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설문 결과, ‘중장기적으로 있다’ 또는 ‘단기간내 있다’는 응답(51.3%)이 ‘낮거나 없다’는 응답(48.7%)을 소폭 상회했다.
세계 여러 나라가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은 2014년 ‘현금 없는 국가 추진위원회’를 설립했고, 프랑스와 호주는 각각 1천 유로, 1만 달러 이상은 현금 구매를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핀테크 산업에 있어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QR코드 결제가 대형 쇼핑센터뿐만 아니라 길거리 노점상에까지 적용되는 등 확산이 빠른 모습이다.
그러나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행이 빠른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 3개국에서 최근 공통적인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현금공급 창구인 은행지점 및 ATM 수가 급감하면서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벽지지역 거주자 등의 금융 소외와 소비활동 제약이 심화했고, 최종 결제수단으로서 현금사용 선택권을 보장하는 공적 화폐유통시스템이 약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 개인정보 해킹 및 도용, 통신망 마비에 따른 디지털 블랙아웃 등 기술적인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웨덴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중은행에 대해 입출금 서비스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영국 정부도 은행지점이 폐쇄된 지역의 주민들이 우체국을 통해서 차질없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등의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행 과정에서 유사한 문제를 겪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임정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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