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행궁동 도시재생 마중물 사업 마지막 해가 도래했다. 사업계획을 세우고 예산 확보를 위해 준비한 시기까지 따지면 벌써 5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공동체, 문화 창의, 커뮤니티 비지니스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구체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수원 천변에 도시재생거점센터가 완공되어 임대로 사용하던 지원센터 사무실을 거점센터로 이전했다. 이제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뜻을 모아 계획했던 사업들의 최종 마무리와 마중물사업 이후 지속 가능한 지역재생을 준비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사실 행궁동 도시재생 사업은 북수동, 팔달로 일대에 흉물처럼 버티고 서 있는 여인숙, 모텔들을 재생해야 하는 숙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지역재생의 성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화성 안에 웬 모텔들이 이리 많은지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대부분 1971년 수원 공설운동장이 건립되면서 상업지역으로 교통이 편한 이 일대에 모텔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당시에는 운동선수들의 합숙장소로 이용되기도 했고 상권 중심이 팔달문 일대였기에 성업을 이루었지만, 신도시 개발과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문화재보호정책 등으로 구도심 쇠락과 함께 애물단지가 됐다. 지금은 거의 달 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쓰레기 문제, 주차 문제뿐 아니라 대낮에도 술에 취해있는 사람, 욕설. 노상방뇨 등으로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마을을 흉흉하게 만든다. 관광특구 내에서 언제까지 이런 불안하고 불쾌한 환경을 견뎌내며 살아야 할지 주민들의 한숨은 깊기만 하다.
현재 북수동에는 1개의 호텔과 15~16개의 여인숙, 모텔이 있다. 40~50년 전 낡은 건물이라 리모델링하기에 엄두가 안 나고 대부분 임대인이 운영하는 모텔들이 많아 투자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노후 건축물을 허물고 신축을 하자니 방화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건축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 많이 들어 신축을 포기한다.
결국, 행정에서 대책을 마련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일부를 지원하는 방법 등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색을 잘 살려 재생하면 관광객의 숙소로 오히려 인기를 끌 만한 곳도 꽤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곳은 매입해 예술인들의 공동창작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저비용 문화지향의 지역재생과 관광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흉물스런 모텔을 명물로 만들며 행궁동의 도시재생사업 5년간의 활동을 마중물 삼아 절실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때 진정 행궁동 도시재생은 지속가능 할 것이다.
이윤숙 조각가·마을기업행궁솜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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