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언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용어 중의 하나가 ‘포크배럴(Pork Barrel)’이다. ‘가축들에게 먹이를 담아 주는 그릇’이라는 뜻이라 한다. 포크배럴은 정치인이나 정부가 특정 지역구나 계층으로부터 표를 얻으려고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거나 관련 사업에 정부의 예산을 확보하려는 행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체육 분야 역시 다르지 않았음을 느껴본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연초 시점에서 지자체별 체육회장을 뽑는다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별의별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출마 후보들의 포크배럴의 선심성 공약을 합치면 수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기도 한다. 일부는 스포츠와 스포츠맨십이 사라진다. 남는 것은 서로 상처뿐이다.
선거를 앞두고 수많은 출마자가 당장 표심을 얻고자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곤 한다. 자신이 당선되면 종목별 시설을 건립해 주거나 체육지도자들에게 월 00만 원을 올려준다거나, 또는 종목별, 시, 군별 담당자를 위한 해외연수를 약속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이행 방법이나 예상 확보 방법은 부재한 채로 말이다. 결국, 공약을 수행하려면 국민에게 거둬들인 세금을 써야 하는데, 국가의 예산을 자신의 정치 활동 유세용으로 활용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후보들은 시, 군 체육 현장에 투입될 많은 시설 지원의 예산과, 종목별 지원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의 충당 및 확보의 계획은 무관심했던 건지 모르겠다. 그저 기존 체육회의 예산이 내 것인 양 선심 쓰는 공약 남발을 보는 게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렇다면,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선심성 공약에 무관심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표를 주는 사람(유권자)이 표의 대가(선심성 공약)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출마자가 당선되었을 때 과연 정당한 예산 안의 범위에서 공약대로 실행할 수 있는지와 공약을 실현하고자 할 때 주변 사항과 협업이 되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 체육회장은 국민을 위한, 나가서 체육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주인은 국민이고 체육인이다. 회장은 주인들의 건강과 체육발전을 위한 업무 대리인일 뿐이다. 후보자의 선심성 공약에 휘둘리기보다는, 국민 대다수와 체육인들을 위해 어떤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세우고 실천하는지 안목을 키워야 한다.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많은 출혈과 분열이 일어났다. 승자도 패자도 상처가 크다. 이제 승자에게는 진정한 축하를 보내줘야 하고 패자에겐 격려와 함께 뒤끝 없는 승복을 인정해야 한다.
후보 간의 분열과 싸움을 조장했던 언론도 이제 체육인들의 상처를 아물게 해줘야 한다. 비판과 문제를 들추기보다는 체육인들의 화합을 통해 체육발전을 위한 예산과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 정치인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안을섭 대림대학교 스포츠지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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