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세계사>…최초의 한류 상품 인삼을 조명하다

체질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 중 인삼을 마다할 이는 많지 않다. 산삼, 홍삼과 더불어 ‘보약’의 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데다 지난 1392년 고려시대 당시 인공재배에 성공한 이래로 우리 곁을 꾸준히 지켜온 약재라 친숙한 편이다. 당초 인삼은 동양 문화의 전유물로만 여겨졌지만 역사를 들춰보니 서양 역사에서도 인삼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처럼 최초의 한류 상품으로 자리잡은 인삼을 조명한 신간 <인삼의 세계사>(휴머니스트 刊)가 출간됐다.

저자인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오랜 조사와 연구 끝에 서양 문헌 속 인삼에 관한 기록들을 찾아내어 거대 역사에 가려져 있던 인삼의 역사를 복원해냈다. 설 교수는 ▲인삼, 서양과 만나다 ▲인삼의 세계체제 ▲위기와 대응 ▲인삼의 오리엔탈리즘 등 총 4부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삼은 커피, 사탕수수, 면화 등과 함께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17세기 거대한 교역 네트워크의 중심을 차지했던 세계상품이다. 동양의 신비한 약초에서 미합중국 최초의 수출품으로 거듭나는 등 세계사에서 인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았다는게 그의 의견이다.

인삼이 서구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시기는 바로 ‘대항해시대’다. 1617년 일본 주재 영국 동인도회사의 상관원이 런던의 본사에 인삼과 함께 보낸 통신문에서 인삼이 서양사에 최초로 등장함을 알 수 있다. 상관원은 “한국에서 온 좋은 뿌리를 보낸다”라며 “가장 귀한 약으로 간주되며 죽은 사람도 살려내기에 충분합니다”라고 인삼을 설명했다. 이 인삼은 한국에서 일본, 남아프리카(희망봉)를 거쳐 런던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간은 한중일 동아시아 3개국이 아닌 서양에서의 인삼을 조명해 그 의의가 크다. 아울러 서구에서 인삼의 성분 추출을 이른 시간에 해내는데 실패해 한중일의 권위에 오랫동안 기대야만 했던 분석도 함깨해 눈길을 모았다.

동양 의학, 약학의 위대함과 그에 따른 오리엔탈리즘을 동반한 인삼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시사, 교양 상식이 될 전망이다. 값 2만 5천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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