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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경제이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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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경제이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올해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용률은 60%, 실업률은 4.1%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수치를 보여줬다. 하지만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전체 실업자 가운데 20대 후반(25~29세)이 차지하는 비중은 7년째 OECD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더욱이 청년들의 체감 고용상황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은 2019년 기준 22.9%로,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최고 기록이다.

우리 노동시장에서는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높은 반면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임금근로자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음에도 이들의 임금, 근속기간 등 근로조건이 대기업 근로자에 비해 열악하며 그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청년들은 구직기간이 길어지더라도 대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며, 또 중소기업에 취업하더라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은 실정이다. 즉,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임금 격차도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중소기업, 비정규직, 무(無)노조로 대변되는 2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피하고, 대기업, 정규직, 유(有)노조로 대변되는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직업 탐색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노동시장이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 질적 차이가 있는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고, 두 시장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해고 보호가 잘 되는 대기업, 정규직 등 1차 노동시장의 근속연수는 13.7년으로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2차 노동시장의 근속연수 2.3년에 비해 약 6배가 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월평균 임금은 1차 노동시장이 2차 노동시장보다 약 2.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한 배경에는 대기업이 핵심공정만 남기고 생산과정의 많은 부분을 도급화한 것과 불공정한 하도급 관계, 기업단위 노조활동 등이 있다. 과거 대기업들이 하청기업들에 대한 수요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가격인하를 압박하면서 중소기업 중심의 2차 노동시장은 임금상승이 억제되고 비정규직화됐다. 또한,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기업별로 노사협상을 하기 때문에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는 강화됐으며, 이로부터 발생하는 비용은 2차 노동시장의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는 결국 청년실업 증가, 소득 불평등 심화, 내수성장 기반 약화 등 고용의 양적 확대 및 질적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현재 중소기업은 낮은 고용안정성으로 인해 근로자의 숙련 향상 및 업무몰입이 제한적인 측면이 있어 근로자 능력개발 및 동기부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생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소기업 일자리 개선에 필요한 환경 조성 역시 중요하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등 공정한 시장거래 질서 확립이 필요하며 노동시장 간 이동을 촉진하는 제도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조영화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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