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코로나19와 언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에 떨고 있다. 고작 천자(千字) 정도를 다뤄야 하는 이 짧은 지면에서 코로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따라서 코로나보다는, 코로나와 같은 국가적 재난 앞에서도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언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2014년, 스웨덴 칼스다트(Karlstads) 대학의 Clerwall 교수는 언론의 기사 품질을 총 12개의 항목으로 측정하며 기자의 기사와 AI가 작성한 기사를 직접 비교하였다. 연구 결과는 흥미로운데, AI가 작성한 기사가 인간이 작성한 기사보다 7개 항목에서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았고, 연구 참가자들은 어떤 것이 AI가 작성한 기사인지 거의 구분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5년도에 발표한 자료는 더욱더 충격적이다.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AI가 작성했다고 공지할 경우 해당 기사의 신뢰도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최근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고 하는, 소위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대중들에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실 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기사, 이것저것 짜깁기한 기사, 자극적인 제목으로 소위 낚시질하는 기사의 기자들을 대중들은 거침없이 기레기라고 비판한다.

언론인들은 항변한다. 뉴스 소비가 온라인과 스마트폰으로 급속하게 이동되었고, 온라인 매체의 범람으로 더 많은 트래픽의 유입과 더 높은 광고 단가를 위한 자극적인 제목 뽑기, 포털의 등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짜깁기한 기사를 대량 양산해 내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고 말이다.

언론 매체를 뜻하는 ‘media’라는 단어는 라틴어인 ‘medius’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그 뜻은 ‘가운데’를 뜻하는 ‘middle’을 의미한다. 즉, 언론의 역할은 좌우로 치우치지 말고 뉴스와 대중의 가운데서 사실을 전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상처받고 아파하는 이 시국에도 사실 관계를 호도하고 가짜뉴스를 대량 생산해내거나, ‘받아쓰기’ 내지는 ‘짜깁기’를 하면서도 저널리즘을 논하는 언론에 국민은 신물이 난다.

AI가 기자를 대체하고 높은 수준의 탐사보도 등이 가능한 극소수의 전문 언론인만 살아남는 그 시대가 도래했을 때, 기자들과 언론은 뭐라고 할 것인가? 우리 언론과 종사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제발 ‘정치질’도 ‘장사질’도 아닌 ‘언론질’과 ‘기자질’을 해달라고.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