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다움’ 넘어선 민주시민으로서의 학생

흡연·음주 등 심각한 상황의 규정 떠나
염색 같이 개성 살린 행동도 ‘탈선’ 비춰
‘학생자치활동’으로 규칙 정해 문제 해결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인권 존종
기성세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우리가 하루를 보내는 학교에서 학생인권이 잘 지켜지고 있나라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사회의 ‘학생다움’은 여러가지를 학생에게 요구한다. ‘학생답게 자세와 태도를 단정하게 유지할 것’, ‘파마·염색하지 말 것’, ‘정치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말 것’, ‘공부에 집중해서 학업능력을 많이 키울 것’, ‘교사에게 무조건적으로 순응할 것’ 등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여러 학생다움이 당연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학생인권 논쟁은 휴대전화 소지부터 염색·파마, 소지품 검사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시작했다. 애초에 화장과 파마, 염색 등과 같이 청소년 본인의 개성을 살리고자 하는 행동을 학생다움에 비춰 이것을 탈선으로 규정짓는 시각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문제들에 있어서 학습권 침해와 탈선 등의 악영향을 이야기하는데 학생들이 파마나 염색을 한다고 해서 학업에 영향, 탈선을 유도한다는 것은 매우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단지, 개성을 살리고 싶었을 뿐인데 ‘공부를 놓은 아이’, ‘학생다워야지’ 등의 시선이 결국 학생을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같이다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집단지성과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돌아보는 회복적 정의가 중시되는 자아성찰식 교육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학생의 개성 표현이 탈선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맥락적으로 볼 때 매우 말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탈선은 흡연, 음주 등 심각한 상황에서 규정돼야 할 문제이지, 단순한 청소년의 개성표현이 탈선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은 시대상황에 비추어볼 때 매우 구시대적인 착오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태도와 탈선과 관련해 학생지도를 힘들어하고 있고 심한 교권침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그 답은 바로 ‘학생자치 활동’에 있다. 이에 대한 예로 2010년 전후로 일선 학교들에 배포되기 시작한 학생자치법정이 있다. 이 학생자치법정은 세계적으로 이미 효과가 입증됐고, 학생이 학생에게 직접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좋은 제도로 알려져 있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학생자치 활동은 학생들의 학업역량과 탈선을 좋게 해결할 중요한 제도로서의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교육의 일선에서 학생자치활동은 겨우 얼굴만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담당 교사나 학생자치회 임원의 역량과 예산 지원, 교사들의 인식에 따른 지원에 따라 학생자치회와 학생자치 활동은 학교별로 매우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격차를 줄여 학생들이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절차에 따라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준수해 나가려는 자발적 준수의지를 드러낸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생각된다.

학생의 인권향상은 자연스럽게 학생에게 많은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학생과 청소년이 아닌, 의무를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청소년도 충분히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다 해나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청소년에게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학생다움으로 학생을 억압하는 것은 결국 어른에게 순종하는 태도를 심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이 청소년들이 어른이 됐을 때 사회에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다하지 못하고 지난 세대가 했던 과오들을 다시 반복할 것이다. 더 많은 기회는, 더 많은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 이제 청소년들도 인간으로서의 권리, 사람으로서의 권리인 인권을 존중받고, 행복한 삶을 추구해 나갈 수 있도록 기성세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의왕 백운고 한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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