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동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하여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팬데믹(pandemic) 상황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대인관계, 심지어 가족관계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경제 위축은 물론, 사람들 간의 2m 사회적 거리두기와 확진자의 2주간 자가 격리, 비대면 쇼핑과 홈코노미(home+economy) 확산 그리고 오랜 전통의 관혼상제 풍습마저 바꾸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사회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우리 국민의 마음의 거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IMF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과 천안함 폭침 사건 때 연예인들과 젊은이들의 해병대 자원입대자 증가 등 우리 국민은 어려울 때일수록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과 지역 영세 상인들의 성금 기부와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하, 확진자가 많은 대구로의 의료인들의 자원봉사 등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남북 간에도 이러한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전해질 수는 없을까? 북한은 1월 28일에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하였고, 2월 12일에는 격리 기간을 30일로 연장하였다. 국경을 봉쇄한 가운데 ‘중앙비상방역지휘부’를 컨트롤타워로 매일 3만 명의 보건인력을 방역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아직 WHO에 공식 보고된 북한의 확진자나 사망자는 없다. 그러나 ‘의학적 감시대상’이 7천 명에 달한다는 북한 매체들에 의하면 결국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격리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며, 탈북민들은 사망자도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남한에도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북한은 오죽하겠는가?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는 무상치료와 예방의학제도, 의사담당구역제의 특성을 자랑하지만, 90년대 중반의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이 특성은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주민들은 영양결핍과 결핵, 콜레라 등 각종 후진국형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보건의료체계에서 가장 낙후된 영역은 의료장비와 의약품 등의 물질적 부분이다. 통독이 동서독 간 기대수명 3년의 격차를 줄이는 데 20년 이상 소요된 것처럼, 남북 간 10년 이상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매우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정세균 총리는 마스크 5부제와 관련하여 ‘콩 한쪽도 나눠 먹는 심정’으로 양보와 배려를 요청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이 진짜 친구다. 물론 지금 북한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친구로 만들고 통일을 향한 남북건강공동체를 만들고자 북한에게도 따뜻한 동포의 정을 베푸는 통 큰 아량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홍순직 전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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