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회색마스크를 통해 본 대한민국 신분계급

최근 거리에서 예전에 알고 지내던 노인분을 만나 몇 마디 나누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그분도 마스크 구하기가 힘들어 2주째 똑같은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하셨다. 대형마트나 약국에 줄을 서서 기다려도 도저히 구입할 수가 없었고, 지금 있는 마스크도 작년에 구입한 황사마스크 몇 개중 남은 한 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스크로 2주를 버티고 있다고 했다. 이 노인이 착용한 흰 마스크의 색깔은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그 노인은 불만에 가득 차서 “TV에 나오는 높은 양반들은 우리처럼 가진 거 없는 사람들과 같이 동네 약국에서 새벽부터 몇 시간씩 줄을 서봐야 그 고통을 알 거야, 방역대책이다 선거다 해서 나오는 노란색 잠바 입은 양반들이 자기 돈으로 마스크를 사기나 했겠어? 누가 가져다주는 마스크로 거저 사용하다 보니 진정 우리의 마음은 죽어도 모를겨”라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공포로 인해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처음 우리 사회에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정부의 적극적인 방역대책과 실시간 제공되는 정보를 통해 바이러스가 조기 종식되는 것으로 인식하던 중, 신천지 대구교회 성도인 31번 확진자를 통한 집단 감염으로 확진자수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사태가 전개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 가는 현실이 되었고. 깊고 어두운 터널에서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 이 막막한 상황은 국가적 위기이자 극복해야 할 난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의 하나 된 힘으로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 왔었다. 반면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우리 국회의 현실을 보면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치인들은 코로나 사태를 본인의 이해관계에서 정략적으로 이용한다. 정치인들은 정치권력을 생명의 동아줄로 여기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쓴다. 각자의 당리당략에 의해 대안 없는 비판만 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아무리 욕을 먹어도 의원직이 지니는 기득권 때문이다. 그들의 자녀는 부모 찬스를 통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 기득권 세력에 진입할 유리한 위치에 있다.

스웨덴이나 일부 유럽 국가의 국회의원들은 보좌관이나 차량 지원 없이 의정활동을 하기에 늘 야근에 시달리고 힘들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진세에 대한 공포보다 무서운 현실은 마스크를 약속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일관되지 않은 정책과 이로 인한 국민의 불신이다. 개인위생과 감염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꼭 착용할 것을 권장하면서,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되었을 때 정부는 ‘건강한 사람들은 굳이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며칠씩 사용해도 괜찮다’라는 식의 일관되지 않은 입장 발표는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한다.

회색빛 마스크를 쓴 노인, 정부와 정치권을 대조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니다. 진정 무서운 것은 바이러스가 아닌 마스크 하나로 느껴지는 대한민국 신분계급 차이의 갈등과 박탈감이다.

정희남 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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