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에게 이동 제한을 권고하고 주요 관광지와 공공기관을 폐쇄했다. 시대마다 전염병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염병이 가져오는 사회변동은 가늠하기 어렵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퍼져 나간 흑사병으로 유럽인구의 30% 이상이 사망했고, 노동력 부족은 중세 봉건제의 토대를 흔들었다. 이후에도 흑사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당대의 문헌과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흑사병을 연구한 카를로 M 치폴라는 당시의 의학기술의 한계와 지도층의 무능과 수시로 병상을 이탈했던 환자들의 무지로 크리스토파노와 같은 보건서 관료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많은 경우 경제적 자원의 부족으로 필요한 보건 조치를 좌절시켰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직면한 코로나19라는 사태에서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국민이 더 아파서는 안 되고 자원의 비효율적인 분배가 보건 조치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은 의학적으로는 인과관계가 밝혀졌고 치료제와 예방백신의 생산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여기에 높은 시민의식과 적극적인 방역정책은 이 새로운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것이다.
전염병 확산 방지와 함께 이후에 일어날 사회변동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전염병의 확산을 바이러스나 세균의 감염률과 지속성 그리고 인구밀도와 사회관계망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설명한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는 공장식 축산을 통해서 전파되고 광범위하게 확산한 것처럼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와 함께 대면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인 사회관계망이 새로운 전염병의 사회적 재생산한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전염병의 확산은 비대면 중심의 사회관계망 형성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온라인쇼핑시장의 성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1월 온라인쇼핑동향을 보면 거래액이 전년동월대비 15.6% 증가해서 12조 3천억 원을 넘었고, 그중 모바일 비중은 3.3% 증가한 8조 2천억 원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부터 온라인 진출을 준비하던 유통업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방식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산업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사회구조 또한 비대면 중심으로 급속하게 변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통계청도 통계응답자들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원하는 시간에 응답할 수 있도록 비대면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현장조사를 대신해서 행정자료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국가통계 생산에 힘쓰고 있다. 이렇게 만든 우리 시대의 통계가 후손들에 잘 전달되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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