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문이라 할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센서 개발회사를 창업했다.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린 끝에 자동차의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A는 시제품 생산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 찾아갔다.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막대한 경제적 효익이 기대되는 사업이라 대출이 거절될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B는 시중은행에서 기업대출 심사업무를 맡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심사서류를 검토하는 중에 A가 찾아와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엄청난 기술을 개발했으며 상용화될 경우 미래 수익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B는 서류를 검토하고 설명을 들어도 동 기술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었다. 또한 업력도 짧고 매출 기록이 전무한 데다 담보할 만한 자산도 없는 기업이라 대출이 회수되지 않으면 은행이 입게 될 손실과 자신의 실적이 염려됐다. 결국, B는 A의 대출을 거절하기로 했다.
가상의 사례이지만 금융거래 실적이 충분치 않고 담보물건도 부족한 중소기업은 제3자의 보증 없이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중소기업 대출은 기업의 신용파악이 곤란하고 건당 대출 규모는 작은 반면 건수가 많아 대출 심사 및 관리 등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기능에 의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 금융은 공적기능에 의해 보완됐다. 그중 하나가 신용보증제도로서 신용보증기관이 담보 능력이 부족한 기업의 신용도를 심사하고 신용보증서를 제공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16개 시도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신용보증기관이 개별 기관의 설립 목적에 따라 중소기업 및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신용보증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2008년 말 50조 3천억 원 규모였던 이들 기관의 보증잔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 및 지역 소상공인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보증공급을 확대한 영향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2018년 말 93조 4천억 원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특별히 영세기업, 소상공인은 매출 급감, 임대료 및 인건비 지출 부담 등으로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신용보증기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해 보증 심사기준을 완화하고 보증의 신규공급, 만기연장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는 지역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특례보증을 실시함으로써 소상공인의 대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에서도 신용보증기관을 통한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의 특례보증, 영세 소상공인의 신속ㆍ전액보증 지원을 발표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소기업은 국내 사업체 수의 99.9%를 차지하며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89.8%에 달한다. 우리 경제의 주춧돌인 중소기업, 서민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들이 적기에 신용보증지원을 받음으로써 위기를 극복해나갈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염원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박성경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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