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을 바로 알고 그녀의 선각자적인 정신을 기리고자 행궁동의 문화기획자와 공간,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축제를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안 마을 행궁동은 문화재 복원정책, 신도시 개발 등에 밀려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으므로 당시 마을 주민들은 행정에 기대기보다 지역 자원을 스스로 찾고 그것을 매개로 골목을 활성화하는 예술가들의 상상력에 희망을 걸었다. 주민들은 더 많은 예술가가 행궁동에 머물며 활동할 수 있도록 시의 유휴공간을 공동창작공간으로 활용하는 ‘행궁동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화성사업소에 제안했고, 지난 2009년 그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행궁동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행궁동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입주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나혜석생가거리미술제는 더욱 풍성해 졌다.
2011년, 행궁동(12개 법정동)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미술뿐 아니라, 문학, 음악, 연극, 뮤지컬 등 장르를 총망라하는 ‘나혜석생가터문화예술제’로 명칭도 바꿨다. 당시 주민들은 축제 준비를 위해 30회 이상의 운영위원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축제가 끝나면 최종평가회를 갖고 다음해를 준비했으며 결과보고서를 만들어 공유했다. 11회까지 축제를 이어온 것은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관광자원을 만들고 지역을 활성화 시켜보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희생으로 가능했다.
그동안 나혜석 기념사업회에서 ‘나혜석 바로 알기’ 심포지엄, 나혜석 학회에서 학술대회를 통해 전문가들의 나혜석 연구발표도 여러모로 진행해 왔다. 대안공간눈과 예술공간 봄에서는 ‘현대작가, 나혜석을 만나다.’ 나혜석 특별기획전을 10년간 기획 진행하며 나혜석의 선각자적인 정신과 작품을 현대작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등 민간의 노력은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행정에서는 2011년 수원박물관에서 ‘나는 나혜석이다’ 특별기획전과 2016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나혜석을 만나다’ 아카이브전, 기증 작 3점을 시립미술관 2층 한편 에 상설전시한 것 이외에 이렇다 할 나혜석 연구와 전시기획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수원시립미술관에서는 ‘나혜석 미술상’ 제정과 이를 매개로 세계의 여성작가들을 수원으로 초대해 지역작가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고 수원의 작가들을 세계무대로 연계시키는 발판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나혜석을 문화콘텐츠화하는 일은 문화도시 수원을 만드는 핵심 키워드이며 수원화성과 연계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축이다. 지역의 미술인들과 주민들은 수원의 정체성을 살린 차별화된 문화예술 정책과 투자, 적극적인 행정의 역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윤숙 조각가·마을기업행궁솜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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