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을 비롯한 수많은 경제 기관들이 지난 두달간 내놓은 지표는 실로 암울하기 짝이 없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심지어 외국의 한 경제 전문 기관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마이너스(-) 6% 이상 한국 경제가 역(逆)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 경제를 그렇게 급속히 냉각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2m 이상 거리를 두거나 외출, 모임 자제 등을 통해 언제, 어떻게 전파될지 모르는 바이러스 균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 이 캠페인의 골자다.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는 앞다퉈 사회적 거리두기를 홍보하면서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를 지키기 위해선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현상을 빚고 말았다. 바이러스 전파는 어느 정도 방어하며, 급 확산을 막는 역할을 했지만, 사회적 경제는 외면하고 말았다. 골목 경제를 비롯한 현장 경제가 급속도로 침몰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상할 정도로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IMF 사태 당시 옷장 속에 고이 모셔 두었던 금붙이를 모았던 점, 리먼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공황에 빠질 때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견뎌냈다. 메르스 사태 역시 굳건히 이겨내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위한 예방 기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은 위기에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시발점이 ‘사회적 경제두기’가 돼야 할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IMF 사태 때가 오히려 더 나았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상가에는 ‘급 임대’라는 현수막이 하나 둘씩 걸리기 시작했고, 하루에 1만원도 못 번다는 식당 주인들의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회적 경제가 죽으면 결국 대한민국의 근간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혼밥, 혼술 족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더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골목 경제가 무너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집회를 하고 종교활동을 하고자 거리로 나오라는 말이 아니다. 음식점들은 철저한 방역을 통해 손님 맞이 채비를 갖춰야 하고, 우리는 그 식당을 믿고 경제 활동에 나서야 한다. 금액에 한계가 있는 긴급 재난 기금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발성으로 끝날 확률이 크다. 우리 모두 사회적 경제두기에 동참해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보자. 김규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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