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당구 예찬

당구(Billiard)는 남녀노소와 계절을 막론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실내스포츠다. 당구는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했다는 설과 기하학이 발달한 고대 이집트에서 탄생했다는 여러 가지 기원설이 있으나, 오늘날 스포츠로 당구가 발전한 것은 유럽대륙의 프랑스에서 1570년경 국왕이 당구를 즐겨 그의 부관들이 연구를 거듭한 후에 궁중 스포츠로서 점차 자리를 잡았다. 1818년 당구공에 회전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초크의 개발과 1855년 당구공의 반발력을 높일 수 있는 쿠션의 개발로 현대의 스포츠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15년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이 당구대를 일본에서 수입하여 창덕궁 내에 대신들과 즐겼다고 전해지고 있으니, 유럽이나 우리나라도 왕족 스포츠에서 처음 시작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건전 스포츠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전년 기준 약 2만2천개소에 이르는 당구장이 국내에 성업 중이다. 유선TV에서도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프로선수나 아마추어선수의 당구경기를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당구가 근래에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당구는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통일 및 집중력을 높여주고, 테이블 주위로 1시간에 2㎞를 걷고 상하체를 이용한 전신운동이라 운동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둘째, 사회성을 타 스포츠에 비하여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운동이다. 즉, 타 운동에 비하여 손쉽게 경기장을 찾을 수 있으며, 손쉽게 구성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며 기본 예의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구는 청소년의 여가선용에도 도움이 되는 스포츠이며, 실버세대에게 가장 적합한 스포츠라는 것이다. 정신을 맑게 하고 두뇌를 회전시키며, 신체건강을 챙기며, 또래 집단과 대화를 나누며 치를 수 있는 스포츠경기가 몇이나 있을까? 당구는 그야말로 청소년과 실버세대에게 가장 적합한 스포츠인 셈이다.

영국의 스포츠사회학자 엘리스 캐시모어(Ellis Cashmere)교수는 <스포츠, 그 열광의 사회학>이라는 저서에서 현대인들의 삶은 너무 뻔하며(predictable), 삶이 지나치게 예의고(civil), 삶이 너무 안전하다(safe)고 전제하고 있으며 스포츠는 이 3가지 전제와 대조되어 현대인들이 스포츠에 열광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스릴 있는 것이 스포츠경기인 것이다. 스포츠로서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스릴 있는 당구가 심신(心身) 증진 스포츠로서 가지는 묘한 매력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전 국민이 사랑하는 국민스포츠로서 크게 도약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태형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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