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학교-무너진 강의
‘등록금 반환’엔 묵묵부답
대학, ‘코로나 공동체’ 외면
우골탑이라 했다. 소 팔아 보내는 대학이었다. 요즘은 다르게 들린다. 쇠고집 부리는 대학이다. 학생들이 수없이 외친다. ‘등록금 일부를 반환해달라.’ 꿈쩍도 않는다. 개강이 늦어도 30주 채우면 된다고 본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1조 2항이 근거다. 등록금 감액은 강행규정이 아니라고 본다.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이 근거다. 저급한 온라인 강의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법적으로는 그것도 강의라고 본다. 대학들이 믿는 구석이다.
말은 맞다. 3월 중순까지는 그랬다. 개강도 2주만 연기했다. 온라인 수업도 2주만 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엄청난 사정변경이 생겼다. 학교 문이 한 달 넘게 닫혀 있다. 온라인수업이 한 달을 넘겨 간다. 1학기 전체로 확대한 대학도 많다. 중간고사도 대부분 사라졌다. 과제로 대신하거나 이마저 없다. 신입생은 대학 구경도 못했다. 이건 대학이 아니다. 강의라 할 수 없다. 학생불만도 차원이 달라졌다. 세상을 향해 폭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강의 하나를 보자. 1강, 27분 02초다. 2강, 19분 33초다. 3강, 13분 41초다. 진행된 강의 시간을 모두 더해 봤다. 1주차부터 3주차까지 2시간 1분이다. 정상적인 강의였더라면 9시간을 했어야 맞다. 강의 영상이 그대로 올라 있다. 학교ㆍ학과명까지 공개됐다. 아마 사실일 게다. 게시자가 남긴 말이다. ‘나는 저런 강의에 90만원을 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도 조사했다. 6천261명에게 물었다. ‘만족’ 347명, 6.8%다.
학생 대표단 550명이 탄원했다. 등록금 일부를 반환해달라는 요구다. 사립대총장협의회가 받았다. 가타부타 답이 없다. 대학교육협의회는 이렇게 밝혔다. ‘아직 논의 계획이 없다.’ 교육부 답변도 세상 편하다. ‘대학 등록금에 개입할 명분이 없다.’ 참다못한 어떤 학생(24)은 헌법 소원까지 냈다. 대학이 등록금 감액 규정을 만들지 않았으니 위헌이라는 논리다. ‘입법부작위(立法不作爲)’에 대한 판단이다. 이런데도 대학은 반응이 없다.
자신 있는 모양이다. 등록금 안 돌려줘도 된다고 결론 낸 모양이다. 그럴 수 있다. 위헌 청구? 위헌 결정 난데도 그만이다. ‘코로나 등록금’까지 소급 적용될 리 없다. 고등교육법상 30주만 채우면 된다. 대학등록금 규칙상 감액 의무도 없다. 온라인 강의도 강의는 강의다. 이러니 학생들의 절규-550명의 호소문ㆍ헌법 소원-를 소귀에 경(經)으로 흘리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모르는 게 있다. 국민이 만드는 ‘코로나 공동체’라는 게 있다.
국밥집(수원시 팔달구 교동) 할머니가 힘들다. 느닷없이 문을 닫았다. 시설에 들어가 보름을 격리당했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다. 그래도 희생을 감수한다. ‘다들 힘듭니다. 괜찮습니다’라고 한다. 수많은 ‘국밥집 할머니’들, 그런 할머니들에 임대료 깎아주는 수많은 건물주들, 회사를 살리자며 월급을 반납하는 더 수많은 직장인들…. 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코로나 공동체’다. 5천만이 만들어가는 배려와 양보의 정(情)이다.
이 아름다운 ‘코로나 공동체’를 대학은 모른다. 외면하고 있다. 이익만 움켜쥐고 버티며 가고 있다. 이제 곧 코로나는 끝날 텐데…. ‘코로나 공동체’가 역사로 남을 텐데…. 거기 남을 기록도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2020년 한국의 대학은 털끝만큼의 손해도 거부했다. 법ㆍ규정 따지며 철저하게 숨었다. 학생ㆍ학부모 하소연에 눈 감고 귀 막았다.- 더 혹독한 평도 각오하는 모양이다. -지성의 전당이 아니었다. 수전노의 전당이었다.-
학생들에게 남은 수단은 없다. 해 볼 건 다 해 봤다. 그래서 쳐다본다. 눈앞에 놓인 총선이다. 어느 정당이든 공약해주면 좋겠다. ‘등록금 일부를 반환토록 하겠다’고 약속해주면 좋겠다. ‘반값 등록금’에 모두를 걸던 정치권이다. 그때완 비교도 안 될 명분이 있다. 학생 피해가 명백하고, 그에 비례한 구제요구다. 할 수 있고, 해야 할 공약이다. ‘학생 된’ 죄인 200만 학생, ‘학생 둔’ 죄인 400만 학부모가 고대한다. 정치권이 나서라.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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