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봄편지

과수원집 울타리에

연분홍 복사꽃 벙글면

강 건너 멀리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작은 꽃잎 흔드는 부드러운 바람과

한밤을 깊게 적시는 그리움 모아

남 몰래 꾹꾹 눌러쓴 첫사랑 연서처럼

짧은 계절의 엽서 한 장

침묵의 긴 강물 위에 흘려보내고 싶다

주소도 없고

수신인도 없는

서러운 봄편지 한 장 보내고 싶다

안타까운 저 꽃잎들이

후르르 지기 전에

 

 

임애월

1998년<한국시학>으로 작품 활동.

시집<그리운 것들은 강 건너에 있다> 등 5권.

경기PEN문학 대상, 경기시인상, 한국시원 시문학상 등 수상. 계간『한국시학』편집주간,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심의위원 겸 경기지역위원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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