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그동안 급진적으로 발전해왔다. 굳이 앨빈 토플러의 ‘물결 이론(wave theory)’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류는 농경제 사회에서 산업 혁명을 거쳐 지식 정보화 사회로 발전해 왔고, 오늘날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혁명적 발전은 기술의 진보를 통한 전 인류의 점증적 발전으로, 우리의 노력과 의도로 만들어온 결과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의 노력으로 애써 쌓아 올린 인류 발전의 탑이 일순간 흔들리고 있다. 우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지구 밖 생명체의 첨단 공격도 아닌, 그저 원인도 잘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 하나가 전 세계를 셧다운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단한 노력으로 인류는 거대한 발전의 탑을 쌓아 올렸지만, 고작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에 전 세계가 허둥지둥하는 모습은 안타깝고 두렵다. 그리고 일견 쓴웃음을 짓게도 한다. 우리가 쌓아 올린 이 멋진 탑이, 우리가 누리는 이 거대한 문명이 어쩌면 목적도 방향도 상실한 바벨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우리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코로나 사태 앞에서 다시금 절실히 깨닫게 된다.
물론, 우리는 이 어려움을 훌륭하게 극복해낼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분명 오늘의 어려움을 떠올리며, 미래의 언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리라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그렇게 이 사태가 희망차게 마무리될 것이라는 맹목적 믿음으로 이 순간을 흘려보내기에는 코로나가 남길 결과가 너무나 크다. 교육, 의료, 공공행정은 물론 스포츠와 문화 활동 및 인간관계까지,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변화는 우리 사회를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만들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급진적 변화의 기준점이 코로나 사태 위에 찍힐 것이며, 이 사태를 통한 전인류의 급격한 발전은 가히 혁명적 변화가 될 것이다. ‘코로나 혁명’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위기(危機)는 본디 위태롭지만, 태생적으로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전 인류적 위기 가운데 우리는 어떠한 ‘위태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 난리통 속에서 무슨 교훈을 얻고 있는가? 겸손하고 겸허한 모습으로 코로나 사태를 생각하며 자문해 본다. 어쩌면 한낱 미물은 우리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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