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더욱이 지난 9일부터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미래가 성큼 우리에게 다가왔다. 학교만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자녀 돌봄을 위한 재택근무, 유연 근무, 가족돌봄휴가가 확대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니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하는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한 사회에서 돌봄과 노동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고용노동부는 가족돌봄휴가 지원 비용을 최대 10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가. 작년에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기존의 가족돌봄휴직을 확대해 올해 1월1일부터 가족돌봄휴가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가를 사용하는 일이 이렇게 빨리 우리의 일상이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가족돌봄비용 긴급지원은 3월16일 신청접수를 시작한 이후 4월 7일까지 총 5만3천230명이 접수됐으며, 하루 평균 3천100건이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신청자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69%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남성도 31%에 달했다. 기업규모별로는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39.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유급휴가, 재택근무 등이 가능한 대기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규모 사업체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코로나로 인해 일하는 방식에도 다양한 실험과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그동안 우리가 살아오던 방식, 문화는 물론 산업구조 등 사회질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기본적으로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연대의 사회가 되어야 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는 우리나라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수정)의 주요 정책 방향이다. 과거와 달리 한국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을 당연한 삶의 과제로 여기는 청년층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작년에 수행된 국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년세대 남녀 모두 ‘1인 생계부양자 모델’을 유지하는 정책보다는 ‘남녀 모두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정책’에 대해 압도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를 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성의 돌봄권과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성의 돌봄권 확보의 핵심은 장시간노동을 하는 ‘회사인간’에서 벗어나서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여성의 노동권 확보의 핵심은 평등한 노동시장에서 출산, 양육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안정된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제 우리는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해법이라고 생각된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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