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났다.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여당 의석의 성공 요인보다 야당 패인 분석이 정작 더 분분하다. 소위 야당 심판론이다. 여당의 정책이나 비전이 딱히 주목받은 것 없었으니 수긍이 간다.
아주 평범한 생각을 해본다. 나같은 시민이 야당 전략가였으면 어땠을까? 취할 것과 버릴 것 각 두 가지다.
전자는 ‘정부가 코로나 초기 대응에는 미숙했으나 차츰 제자리를 찾아 다행이다. 여야를 떠나 방역에 총력을 다하자’와 ‘세월호 6주기를 맞는다. 당시 여당으로서 수습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 깊이 사죄한다. 참척의 고통을 치유하자’이다.
후자는 단순하지는 않겠지만.지도부의 구태 이미지를 버렸어야 했다. 이전 지도부는 품격에 경솔함이 넘치더니, 새 지도부는 샌님같이 시민과 동떨어진 현실 감각에 좌고우면하기 바빴다. 비상 조직이라는 것도 새로울 것 없는 재탕이었다. 여기에 신인 발굴과 이미지 개선을 등한시했다.
다음은 뭘까. 조국 교수 건으로 합치된 층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한 사건에 대한 가치 판단이 같았을 뿐이었는데 극우에 섞이게 생겼으니 지지층으로 가기 꺼렸다. 보수의 주류는 극우가 아니었으니 편승하지 말아야 했다. 소탐대실했다.
그러면 유권자들이 모두 진보여서 민주당을 지지했을까. 출마자 인물됨도 살폈지만, 무시 못 할 덤이 얹혀 있었다. 코로나 대처를 긍정적으로 보았고 표로 환치해서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현재 실천하고 있느냐를 봤다. 이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어쩌면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가치냐 아니냐의 합리주의적 계층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조국 교수 건 논란에서는 여당 지지자들도 비판에 가세한 바 많고, 이번 선거에서 영남권의 민주당 득표율이 상승한 것도 이를 입증하는 좋은 예다.
여당은 차면 비우는 유좌지기(宥坐之器)를 두어야 하고 야당은 환골탈태 해야 할 것이다.특히 당선자들은 민생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한 줌도 안 되는 오만이나 눈 하나 달린 골수적 진보는 거부될 것이며, 자기중심적인 나르키소스로 보수의 내리막길을 가속화했던 장본인들이 보수의 본령을 또다시 자처하는 것이라면 용인치 않은 시대가 되었다.
어느 것이 국민이 준 가치인지를 늘 새겨야 한다. 대다수 시민은 이제 당파성보다 유동성 있는 제3의 당원, 합리주의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만식 경동대 온사람교육대학장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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