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에서 개최 예정이던 각종 체육행사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국제 국내 체육대회도 무기한 연기한 상태이다. 스포츠를 통해 건강과 즐거움을 누리던 모든 이들이 이제는 개인과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공공 스포츠클럽 운영은 모두 멈췄다. 그뿐이겠는가. 민간체육시설 또한 줄줄이 문을 닫고, 수십만 체육인들은 고사 상태이다.
수많은 업종의 고사를 막기 위한 여러 지원 정책들이 선거를 앞두고 쏟아져 나왔다. 안타깝게도 고사 직전의 체육종사자들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걱정해주는 정치인은 없었다.
그럼에도, 총선을 위한 선거는 거침없이 진행됐다. 다만, 이 총선에서 내가 바라던 여러 공약이 나오길 바랐으나 곳곳에서 체육인들의 볼멘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제21대 총선, 스포츠 공약이 안 보인다.”, “10대 정책순위에 ‘체육’ 공약 전면에 내세운 정당 없어” 등 기사를 통한 걱정 섞인 여러 목소리만 있을 뿐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기껏해야 후순위 공약 하부에 체육 정책 몇 개를 포함한 정당이 고작이었다. 정책공약에서 ‘스포츠’와 ‘체육’이란 단어를 한 글자도 넣지 않은 정당이 더 많았다.
체육계에선 체육 정책 실종이 장기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선 기초가 스포츠가 아니던가.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세계 145개국 11~17세 남녀 학생을 대상으로 신체 활동량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운동 부족으로 분류된 학생 비율이 94.2%로, 145개국 중 가장 높았다. 세계 최악의 ‘운동 부족 국가’인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의 체육 정책은 국제대회에서 메달 획득, 그리고 유권자의 투표를 의식한 체육시설 건설 이렇게 두 가지만 초점을 맞췄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총선 공약은 아무리 둘러봐도 국민의 건강과 체력증진을 위한 마땅한 체육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민선 체육회장이 취임했지만 자리 잡기에 몰두한 탓인지 수많은 출마자의 공약과 정책에 합류해 체육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국회의원 후보들과 공약을 토로한 체육회장은 과연 몇 명이나 있었을까. 그저 득표용 선 심성공약으로만 끝날 정치인과 정당은 지겹다. 민선 회장의 감투만 쓰고 체육정책을 리드하지 못하는 회장은 의미 없다.
35개 정당이 등록해 치러진 총선이었다. ‘체육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진정성 있는 정책공약을 내세우고 실천할 수 있는 스포츠정정당당을 만들 걸 그랬군!’ 하는 웃지 못할 씁쓸함이 든다.
안을섭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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