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어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를 ‘Чон рахмат’(총 라흐마트)이라고 말한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얼마 전에 키르기스스탄 우리 교민들 150여 명에 대한 한국 공수작전이 긴박하게 추진되었다. 현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감염 위기의식을 느낀 현지 교민회와 대사관이 손을 잡고 한국의 항공사에 특별전세기를 요청하였다.
키르기스스탄은 의료 시스템이 열악해 감염되었을 경우에 마땅히 치료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키르기스스탄 측에서도 외국인들에 대해 신경 써줄 형편도 못 된다. 그래서 어린아이들과 노약자를 중심으로 귀국을 서둘렀다. 비용은 교민회가 주체가 되어 비행기 티켓을 일괄 판매하여 비행기 삯을 지불키로 했다. 우리 항공사 측에서도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현지 우리 대사관이 키르기스스탄 정부 측과의 물밑 작업으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싶었는데 갑자기 암초가 나타났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모든 외국 항공기의 키르기스스탄 착륙을 불허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서 우리 비행기의 공항착륙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키르기스스탄 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현지 교민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필자도 키르기스스탄의 영향력 있는 지인들에게 항의성 글을 써 보내어서 그 부당성을 주장하며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그러자 얼마 안 있다가 나의 키르기스스탄 지인, 엘나르 씨로부터 아래와 같은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I am in touch with Korean embassy. Special aircraft will be sent to take them to Korea. I am helping them.’(나는 한국대사관 측과 접촉 중인데 교민들은 특별기로 귀국할 것입니다. 나는 이를 돕고 있습니다.) 희소식이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특별 배려로 인해 그로부터 며칠 후, 우리 교민들을 태운 비행기는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엘나르 씨는 키르기스스탄 마나스국제공항의 책임자급에 해당하는 젊고 유능한 엘리트 관료이며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된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이다.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한 바가 있어서 우리나라에 호감을 갖고 있는 ‘친한파’이기도 하다. 그의 어머니는 키르기스스탄 유력 방송사의 보도책임자인데 이들 가족과 나는 개인적으로 친밀하다. 이번 일로 민간 영역에서의 허심탄회한 친교관계가 양국 간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실감할 수 있었다.
장준영 前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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