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워킹맘 김모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 있다. 바로 ‘마스크’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회사를 들어갈 수 조차 없다. 회사는 커녕 마스크 없이는 지하철도, 버스도 타기 눈치가 보인다. 일주일에 2일 가량은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자택근무를 한다. 그동안 자택근무는 상상도 못했지만 막상 해보니 큰 무리가 없다. 달력에 ‘회식’이라는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김씨의 육아가 조금 편해진 것도 아니다. 큰 아이는 학교를 가지 않고, 작은 아이도 예전보다 유치원에서 일찍 돌아와 집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집에 있으니 식자재 비용도 크게 늘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도 갈 수 없어 인터넷으로 장을 보는 것이 일과가 됐다. 주말마다 가던 교회도 이제는 인터넷 예배로 대체한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지 100일의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비접촉ㆍ비대면 기조가 강화되는 등 우리의 삶이 크게 변화했다.
특히 기본소득ㆍ디지털 SOC 등 이전에 생소했던 정책도 급부상,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종식 이후)’ 시대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ㆍ경제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 인천공항에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됐다. 그로부터 엿새 후인 1월26일 고양시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경기도내 첫 확진자가 됐다. 그로부터 100일이 지난 이날 0시까지 도내 코로나19 확진자는 674명, 전국 확진자는 1만752명에 달한다.
방역 당국은 대구 신천지교회 이후 집단 감염 사태가 이어지면서 지난달부터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작, 도민을 비롯한 전 국민은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대인 접촉을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도민(1천 명)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도민들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교육, 온라인 구매, 재택근무 확산 등 사회적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대면 교육이 확산할 것이라는 응답률은 52.8%(비확산은 13.5%), 온라인 구매 확산은 68.9%, 재택근무 확산은 53.3%로 조사됐다.
또 도민들은 코로나19 피해로 단순한 ‘생명과 건강 훼손(19.3%)’보다 ‘생계 및 경제위기(54.3%)’와 ‘사회적 혼란 및 스트레스(24.3%)’를 더 많이 지목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위기는 기회’라는 구호 속에서 각종 정책을 추진, 물리적 거리만큼 심리적 거리가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 우선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개시,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도민 71.8%가 신청을 완료했다. 경기도는 ‘슬기로운 소비생활 31개 시ㆍ군 데이트(재난기본소득 사용 현장 독려 캠페인)’를 통해 골목상권 등에 수조 원의 단비가 뿌려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비접촉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디지털 SOC(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공 주도의 사회간접자본)를 주목했다. 대표적으로 이재명 도지사가 배달앱 독점 시장을 바로 잡기 위해 내세운 공공 배달앱이다.
이제 경기도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중장기 정책 비전인 ‘경기 비전 2030’에 현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중점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김정훈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장은 “코로나19 사태는 온라인 교육, 원격진료, 재택근무 등 미래 트렌드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을 비롯한 미래지향형 보편적 정책을 직접 시험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며 “인구 구조 변화 대응, 산업ㆍ노동 구조 재편, 디지털 경제 발전, 사회ㆍ경제적 양극화 완화 등 새로운 사회ㆍ경제 패러다임 형성을 위한 대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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