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와 함께 건강한 지구환경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깊이 생각하게 한다. 봉쇄 조치로 이동이 제한되고 사람들이 활동하지 않자 야생동물들이 마을로 내려와 도로에서 한가로이 쉬는 모습을 보았다.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자 미세먼지로 숨쉬기 조차 힘들었던 지구 환경이 확연히 깨끗해진 위성사진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촌의 훼손된 환경을 되살릴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돈보다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하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위해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농촌에서는 제초제와 화학비료, 농약 사용을 줄여 건강한 먹거리, 건강한 땅을 되살리고 도시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매연을 줄여 대기 질을 좋게 하는 것이 우선되어져야 하겠다.
행궁동 사람들은 ‘생태교통수원2013’을 통해 이미 그러한 노력과 활동들을 진행해 온 경험이 있다. 아쉬운 건 생태교통페스티벌 이후 10년 뒤쯤에는 성안마을 전체로 확장되기를 기대했는데 지속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자동차보다는 사람중심 마을을 꿈꾸며 함께 그렸던 행궁마을의 행복한 미래는 주민들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 차 없는 거리 행사와 모빌리티 정책, 플라스틱제로 운동, 시민햇빛발전소 참여 등을 통해 경험해온 가치를 나누고 확장시키면서 앞으로 10년 뒤 성안마을 전체를 생태교통마을로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지구를 살리고 마을을 활성화 시키며 우리가 행복하게 살길이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 행궁동은 문화재 복원정책 등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낙후되었으나 오히려 시간이 정지된 골목 자체가 큰 자산이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장소이고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골목체험 장소로 제격이다.
200년 전 정조대왕의 개혁사상, 애민정신이 녹아있는 수원화성과 함께 120년 전 태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선생의 발자취 또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한옥지구 지정과 함께 다양한 한옥이 하나 둘 늘고 있고 100년 된 한옥에서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지어졌던 적산가옥과 한옥이 접목된 과도기적인 기와집, 양옥집, 빌라 형태의 건물들까지 행궁동은 마을 자체가 건축박물관이다. 구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하여 다양한 예술가들이 마음껏 활동하고 역사와 문화예술이 넘쳐나는 행궁동은 마을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에코 뮤지엄이다.
이윤숙 마을기업행궁솜씨 대표·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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