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라는 책은 누구나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아주 작은 별에서 떠나 주위 다른 별들을 여행하다가 7번째 별인 지구에 찾아온 한 왕자의 이야기이다. 왕자는 여행을 하는 동안 여러 어른들을 만나고, 그럴 때마다 어른들의 일에 의아함을 품는다. 그는 호기심이 많고 모르는 것은 꼭 질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천진함을 가진 그를 보면 흐뭇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슬퍼진다.
10대들은 학교에 다니며 항상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어느 대학이 좋고, 어느 대학이 나쁘고, 또 어느 것이 올바른 공부이고, 어느 것이 올바르지 못한 공부인지 등을 논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책을 읽은 누구나 이 문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남들 눈에 들기에 반짝거리는 삶을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일까? 정말 그런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함께 지내는 친구들조차 경쟁자라고 의식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그 고민에 앞서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 따로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은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당신은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려운 문제를 척척 푸는 사람들도 이런 단순한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훈련받은 것은 수능을 위한 공부법으로 농축된 것이니 자신에 대한 통찰이 들어갈 틈이 없을지도 모른다.
책 속에서 한 장면 중 기차의 정거장에 서 있는 어린왕자의 모습. 한 기차가 출발하고, 다른 기차가 들어오고, 또 그 기차가 출발하면 또 다른 기차가 들어오는 무한의 굴레이다. 그곳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의식도 없이 기차가 가는 대로 따라간다. 그저 아이들만이 변화하는 창밖 풍경을 보려는 목적이 있을 뿐이다.
내 생각에서 이 책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읽어야 하는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잊고 지냈던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나이가 들면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지식을 쌓아가야 한다고 압박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런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질문하는 법을 수치로 생각하거나 잊어가는 것이다. 아무런 부담 없이 모르는 것에 대해 누구에게나 질문할 수 있는 태도를 어린왕자에게서 본받아야 하는 사람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다.
성남 성일고 김동이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