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학생회 임원 맡아 활동
학교 행사 주관하며 변화 경험
내가 가진 의무·권리 깊이 깨달아
진정한 민주시민 성장 ‘밑거름’
반장, 부반장, 학생회 등 우리가 보통 학생자치 하면 떠올리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자치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라, 그 직책에 얽매여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학생자치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동기는 생활기록부나 입시 때문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장점은 맞지만 그것은 학생자치의 주체가 되며 얻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나는 2년간 학생회 임원을 맡아 학교의 대소사를 주관하기도 하고 참여하기도 했다. 사실 나도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학생자치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중학생 시절학생자치라고 해봤자 학급 임원들이나 학생회 임원들의 구색 맞추기용 활동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학하면서도 반장이나 학생회에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은우연히 대평고등학교 선배들의 학생회 활동들을 접하며 변화가 생겼다. 확실히 고등학교라서 그런지 좀 더 큰 행사들을 주최하고, 즐거워하는 임원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리는 면접 후에 나는 합격하게 됐고, 그렇게 17대 학생자치회의 일원이 됐다.
솔직히 말하자면처음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커다란 목적의식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멋있어 보이고, 나도 저 중의 하나가 되고 싶다는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지금껏반장, 부반장도 한 번 정도밖에 해보지 않았던 나는 학생회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고, 여러 가지를 배워가야 했다. 그 과정은 조금 힘들기도 하고 어려웠지만 다양한 행사를 주관하고, 규정개정위원회에 참여해 교칙을 개정하는 등 학생들의 생활과 복지에 밀접한 것들을 바꿔나가며 내가 수행하는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생활을 내 손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자랑스럽고벅찼다. 이렇게 1학년 때는 봉사부장, 2학년 때는 전교회장까지 맡게 되면서 학생들의 대표자리에 서 있다는 것의 책임과 자부심을 느꼈다. 또한 내가 가진 의무와 권리를 상기하고 행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값진 일인지 깨닫게 됐다.
최근 학교에 대해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강조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아직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나 또한 학생이란 학교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항해서는 안 되고, 자연스럽게 학교는 수직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철없는 반항을 하는 것과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르다. 내 의견이 반영되고,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눈으로 보이자 나는 학교라는 곳이 수동적이지 않으며,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직접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본인의 터전을 자신이 가꿔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이런 간단한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단어만 들었을 때는 학생자치라는 것이 괜히 어렵고 거리감이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원대한 꿈을 갖고 학생회에 들어간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학생자치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는 진정한 학생자치란 남이 해 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학교의 주인인 우리가 나서서 학교를 발전시키고, 그 변화를 일궈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학생자치회나 학급자치회의 일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학생자치회에 속함으로써 보다 직접적인 기회를 가지고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측과 상의할 수는 있겠지만, 하나의 수단일 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내 행사를 주관하거나 회의에 참여할 기회가 없더라도 내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학교와 우리 생활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도 학생자치의 일환이다.
나는 2년간 학생자치의 중심이 되며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다. 공동체 속에서 생활하는 법과 내 가치를 깨닫고 나의 발언권을 얻게 되었다. 학생들의 작은 세상에 커다란 사회로 자리잡은 학교에서, 나의 한마디가 얼마나 큰 효용성을 갖는지 깨닫는 과정은 더 나아가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는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도 못한 채 저마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조금 더 함께 이겨내 하루빨리 교정에서 웃으며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교정의 주인으로서 생활하며 내게 일어났던 성장과 변화들이 내 후배들에게도, 이 글을 보는 학생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수원 대평고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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