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함에 따라 전례 없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와 더불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코스피지수가 1월 2,200포인트 중반에서 3월 1,500포인트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상당폭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규모 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견인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3월 8일 국제유가는 전일 대비 29% 폭락했고, 이날 이후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국제유가가 저점이라는 판단하에 국제유가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상품(ETF·ETN)에 투자를 확대했다.
이들은 그 중에서도 기초자산 변동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고위험 금융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곧 반등할 것이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이러한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높은 변동성을 보이던 국제유가는 4월 20일 종가 기준 ?37.63달러라는 역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유 가격이 ?37.63달러라는 것은 원유를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에게 도리어 37달러의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원유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그리고 많은 원유 관련 상장지수상품의 기초자산인 원유 선물계약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선물계약이란 장래의 일정 시점에 일정한 품질과 수량의 어떤 물품 또는 금융상품을 정한 가격에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계약은 지금 하지만 물품은 미래의 약속된 시점에 주고받는다.
원유 실물이 필요한 기업들은 주로 정유사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요가 줄어 정유사의 원유 수요가 큰 폭 감소했다. 원유 수요가 없어 저장고에 이미 원유가 가득 차 있는 상황이 지속되며 ‘웃돈을 얹어줄 테니 제발 내 원유를 가져가 주시오’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자신이 투자하는 원유 관련 상품이 어떤 기초자산을 추종하는지, 그 기초자산의 리스크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지금 원유가 싸다는데, 관련 상품을 사서 묻어두면 언젠가는 수익을 보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금융상품 투자에 앞서 상품 구조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오지윤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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