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극복 숨은 선행"...수원시 선한 영향력 전파

▲ 천마스크 제작에 참여한 문옥주 대표의 모습
▲ 천마스크 제작에 참여한 문옥주 대표의 모습

코로나19 최일선에 서 있는 의료진의 힘겨운 싸움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들의 묵묵한 헌신과 노고를 성원하는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펼치면서 많은 시민이 의료진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재난기본소득 등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문옥주 대표의 하루 3천번의 다림질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 힘을 보태는 건 당연한 일이죠.”

수원시 권선구 소재 정원건설㈜의 문옥주 대표는 마스크 부족 사태로 어려움이 극심하던 지난 2월부터 천마스크 제작에 참여했다. 수원여성회관에 모인 2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천마스크 제작에 나선 문옥주 대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하루 1천개가 넘는 천마스크를 다림질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문옥주 대표는 “마스크 부족 현상으로 많은 분들과 함께 염려하던 도중 수원시에서 천마스크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하루 1천개 이상의 천마스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문옥주 대표는 천마스크 작업 공정에서 다림질을 맡았다. 그는 일반 가정용 다리미와 달리 쇠붙이로 된 다리미의 열기와 맞서야만 했다. 문 대표는 “천마스크 1장을 다림질하는데 3번 이상의 다림질이 필요하다”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힘듬’을 잊고, 작업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자원봉사 활동은 문 대표 가족들에게도 걱정이었다. 문 대표는 “자원봉사자가 모인 작업장을 걱정하는 자녀를 이해시키려 노력했다”며 “오히려 철저한 소독과 거리두기로 작업장이 더 안전했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에 문옥주 대표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2월28일부터 3월30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모두 5만91개의 천마스크를 제작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이와 더불어 문옥주 대표는 천마스크 제작을 비롯해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 안에 머무는 어르신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프리지어 400개를 나눠주기도 했다.

문 대표는 “3개월 전 작업장에서 동고동락하며 지냈던 자원봉사자들과 끈끈한 인연을 맺어 현재도 연락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움 극복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유하양과 김정훈씨가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힘쓰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 김유하양과 김정훈씨가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힘쓰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5살 유하의 생애 첫 기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아이들에게 전달해주세요.”

지난 1일 수원 망포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김정훈(36)·이소영씨(36) 부부는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와 스케치북·색연필 등 학용품을 기부했다.

그런데 작은 반전이 있었다. 두 딸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부부가 기부자에 다섯 살 난 첫째 딸 유하의 이름을 적은 것이다. 100만원이 든 봉투에는 ‘김유하’라는 이름이 비뚤배뚤한 글씨로 적혀있었다.

유하양의 생애 첫 기부는 코로나19가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유치원이 휴원하면서 김씨 부부는 유하양에게 평소보다 책을 많이 읽어줬다. 유하양은 위인이 성공한 후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는 내용을 자연스레 위인의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이소영씨는 “빌 게이츠, 이태석 신부님 위인전 등 30~40권을 읽어줬는데, 주인공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는 위인전이 많았다”며 “위인전을 읽으면서 유하가 ‘나도 부자가 되면 어렵게 사는 친구들에게 맛있는 걸 많이 사주고 싶다’고 자주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도중, 재난기본소득 신청하면서 ‘기부 캠페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김씨 부부는 ‘좋은 기회가 왔다’ 싶었다. 유하에게 기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부부는 “기부를 하겠느냐”고 물었고, 유하는 자신도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이후 부부는 유하양 몫으로 지급된 아동돌봄쿠폰(7세 미만 아동에게 40만 원), 수원시·경기도 재난기본소득(각각 10만 원), 정부가 지원할 긴급재난지원금(수원시는 4인 가구 기준 87만 1000원)을 합쳐 1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돈의 가치를 아직 잘 모르는 유하양에게 기부의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 문구점에서 학용품을 사서 함께 기부했다. 기부한 학용품은 유하양이 직접 골랐다. 유하양은 “부자가 되면 또 기부하고 싶어요”라고 수줍게 소감을 밝혔다.

김정훈씨는 “기부에 관심은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는데, 재난기본소득 덕분에 기쁘게 기부를 할 수 있었다”며 “유하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 지난달 9일 열린 ‘수원시 재난기본소득 착한 기부’ 행사
▲ 지난달 9일 열린 ‘수원시 재난기본소득 착한 기부’ 행사

■공직사회도 기부 행렬 동참

수원시는 지난달 9일부터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는 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캠페인 시작 첫날부터 수원시청공무원노조,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회복지단체 등이 기부에 동참했다. 수원시 44개 동 주민자치위원장 44명과 수원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수원시사회복지협의회, 수원시사회복지사협회 등도 뜻을 함께했다.

단체와 기관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율천동지킴이봉사단, 정자3동단체장협의회, 시립우만어린집을 비롯해 수원명성교회는 코로나19 극복에 써달라며 1천만원을 기부했다. 수원시지역건축사회도 코로나19 극복 성금 300만원을 수원시에 전달했다.

수원시 각 부서와 협력 기관도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도로교통사업소, 환경국 등 여러 부서 직원들이 재난기본소득 기부에 함께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재난기본소득 나눔 캠페인에 참여해주시는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코로나19사태 이후에도 소득이 줄어들지 않은 시민은 재난기본소득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기부하는 나눔 캠페인에 참여해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7일 0시 기준 모금액은 3억3794만원(1905건)으로 집계됐다. 기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배분할 예정이다.

기부를 원하는 시민은 특별모금 계좌(농협 317-0003-8354-31, 예금주 : 경기공동모금회)에 입금하거나 각 동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모금함에 성금을 넣으면 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청년 실직자, 저소득층·사각지대 시민 등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을 지정 기탁서에서 선택해 기부할 수 있다.

▲ 지난달 23일 수원시 환경국 직원들이 기부 후 함께하고 있다.
▲ 지난달 23일 수원시 환경국 직원들이 기부 후 함께하고 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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