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반도체 선두그룹은 미국과 일본이었고, 당시 한국은 반도체산업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은 나라였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메모리 반도체 선두그룹으로 성장했다. 주변국들의 상황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중국은 2014년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반도체 굴기 추진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추진속도는 둔화됐고,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반도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눌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 IT 제품의 임시기억장치로 사용되는 DRAM과 데이터 저장을 위한 낸드플래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와 개별소자로 구분되는데 그 중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의 연산, 제어 등 정보처리 역할을 수행하며 8천여종의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이용되는 이미지센서(CIS:Cmos Image Sensor)가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1995년 25.8%에서 2020년 4월 기준 약 59%(매출액 기준)로 크게 확대됐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상승 추세를 지속해왔으나 2018년 4분기 이후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의 초과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세 지속으로 크게 감소했다. 미ㆍ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있어 유동적이었지만 2020년 상반기 이후 2019년 부진했던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회복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정상화되면서 반도체 산업이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불확실성은 다시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산업의 성장은 반도체산업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및 소비심리 위축의 장기화는 반도체산업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장기거래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아직까지 제한적이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현 상황을 타개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선두그룹을 유지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의 R&D 및 설비투자를 적극 지원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은 공정 전환을 통한 원가절감이기 때문에 관련 기술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5Gㆍ인공지능ㆍ차량용 반도체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시스템반도체 유망 품목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경기도 용인시에 조성 중인 반도체특화 클러스터와 같이 대기업ㆍ중견ㆍ중소기업과 관련 산업을 연계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육성해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 자체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강선영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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