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다자녀 가구에 무상으로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사업이 올해로 3년차를 맞았다. 시는 수원휴먼주택 200호(戶) 확보를 목표로 지난해까지 14호의 주택을 공급하며 다자녀 가구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지난달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의 15번째 주인공이 된 장춘일씨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원휴먼주택, 새로운 삶 시작
장춘일(49)ㆍ김명실(37) 부부에겐 다섯 명의 자녀가 있다. 첫째 태양군(18)부터 하은(16)ㆍ예은(10)ㆍ성은(8)ㆍ주은(6)까지 1남 4녀다. 수원휴먼주택으로 이사하기 전에는 일곱 식구가 넓이 60㎡ 남짓한 다세대주택에서 생활했다. 방은 두 개, 화장실은 하나밖에 없어서 7명이 살기에 비좁았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15번째 입주자되면서 장춘일씨 가족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이전에 살았던 집과 달리 거실은 넓고, 주방은 깔끔했다. 지어진지 5년 된 연립주택이지만, 깨끗하게 도배하고, 장판을 새로 깔아 마치 새집 같았다.
장씨 가족이 새롭게 둥지를 튼 집은 전용면적 73.8㎡에 방이 3개, 화장실이 2개다. 이전 집보다 방과 화장실이 하나씩 늘었다.
이날 장춘일씨 가족은 축제 분위기였다. 셋째 예은이와 넷째 성은이는 깔깔거리며 쉴 새 없이 거실을 뛰어다녔다. 예은양은 “집이 전보다 두 배는 커진 것 같다”며 “거실도 넓고, 화장실도 2개라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첫째 태양군은 “이제 방을 혼자 쓸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명실씨는 “수원시에서 ‘무료로 주택을 지원해준다’는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이게 진짜로 있는 일인가?’하고 어리둥절했다”며 “그동안 형편이 빠듯해 저축을 거의 못 했는데, 주거비 부담이 줄어들어 저축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시 주거복지정책의 하나인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은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다자녀가구에 무상으로 지원하는 임대주택이다. 주택이 없는 네 자녀 이상 가구(수원시 2년 이상 거주) 가운데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소득 100% 이하인 가구에 순차적으로 지원한다.
자녀가 많은 가구가 우선 지원 대상이다. 자녀 수가 같으면 소득이 적은 순서대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2018년 11월, 6자녀 가정이 처음으로 수원휴먼주택에 입주했고(화서1동), 같은 해 12월 8자녀 가정이 두 번째로 입주했다. 지난해에는 자녀가 5명 이상인 12가구가 입주했다.
■임대보증금ㆍ임대료 없이 최장 20년 거주 가능
수원휴먼주택 임대 기간은 2년이다. 하지만 재계약을 9차례 할 수 있어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는 없고, 관리비만 부담하면 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자녀 가정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준다.
수원시는 층간 소음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1층을 매입하고 있다. 또 부모 직장ㆍ자녀 학교 문제 등을 고려해 대상자가 원하는 지역의 주택을 지원한다. 입주자 의견을 바탕으로 벽지ㆍ장판 등의 디자인을 정하고, 입주 전 깔끔하게 집을 수리해준다.
지난달 수원휴먼주택에 입주한 장춘일씨 가족의 집은 매향동에 있는 연립주택이다. 2층이지만 1층이 필로티 구조(벽면 없이 하중을 견디는 기둥만 설치한 개방형 구조)라서 층간 소음 걱정이 없다. 반경 500m 안에 어린이집, 초ㆍ중ㆍ고등학교가 있다.
■수원시, 수원휴먼주택 공급 200호 목표
장춘일씨 가족이 새집으로 이사한 지난달 29일 오후 조무영 수원시 제2부시장이 장씨 집을 방문해 수원휴먼주택 입주를 축하했다.
조무영 제2부시장은 “일곱 식구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수원휴먼주택에서 지금처럼 행복을 유지하며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장춘일씨는 “전에 살던 집은 7명이 함께 살기에는 너무 좁아서 아이들한테 미안했는데, 수원시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넓고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게 됐다”며 “나중에 은혜를 꼭 갚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2018년부터 수원휴먼주택 200호(戶) 확보를 목표로 주택을 매입해 2019년까지 14호를 확보했다. 올해는 3호를 공급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다자녀 수원휴먼주택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수원시는 주거 환경이 열악한 저소득 다자녀 가구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 3~4월, 관내 네 자녀(만 20세 미만)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실생활ㆍ주거 형태, 소득 수준 등 생활실태와 대상자가 원하는 복지 혜택을 상세하게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4자녀 이상 가구 중 무주택 가구는 188가구였다. 4자녀 무주택 가구가 159가구, 5자녀 23가구, 6자녀 5가구, 8자녀 1가구였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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