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경기도형 다기관 협력체계 제안

n번방 사건으로 이슈화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동ㆍ청소년과 같이 상대의 취약성을 악용한 그루밍(groomimg) 성범죄도 두드러진다. 조기발견이 어렵고 신고율도 낮다. 범죄의 양상이 성착취 동영상을 조직적으로 알선하고 유포하는 ‘성착취 카르텔’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증거수집이 쉽지 않고 불법성에 대한 ‘참여자’들의 인식도 여전히 낮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지자체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중앙정부의 대응방향에 부응하면서도 지역 특성과 조건을 고려하는 촘촘하고 일상적인 대응책들을 구상해볼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핵심 대응 중 하나는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다. 그러려면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실효성 높은 지역사회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 대전, 부산 등 여러 지자체가 자체 대응을 내놓거나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느끼는 가장 큰 불안감은 ‘내가 노출된 영상물이 과연 제대로 삭제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현재 여성가족부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해 영상물 삭제와 모니터링 외에도 법률·의료·보호시설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중앙정부와 연계한 통합기구 설립 등 지역 차원의 지원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의 신고포상제와 연계한 지역 내 ‘온라인 시민 감시단’ 구성도 일상적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IT 기술 진화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인 만큼 지역 내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상시 대응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네트워크 구축이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는 법률, 인권, 의료, IT, 교육 등 다양한 전문영역이 개입된다. 일련의 대응방향을 장기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상시적인 예방 및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도내 공공영역과 민간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족여성연구원에서는 최근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경기도형 다기관 협력체계’를 제안한 바 있으며, 현재는 추진체계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경기도 맞춤형 디지털 성범죄 대응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자리 잡아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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