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강국의 위상답게 우리나라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송출로 누구보다 빠르고 똑똑하게 살아가고 있다. 문화 소비에 대한 의지도 욕구도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시장 역시 그에 맞춰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외부를 통하지 않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온택트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문화소비시간과 정보, 소식들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준다. 빠르게 많은 콘텐츠가 전해질수록 관심과 호응도가 직접적인 클릭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은 사람들의 눈과 귀에 더 자극적인 전달을 요하는 핵심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짧으면서 알차게, 그리고 손쉽게, 언제 어디서든 쉽게 취할 수 있는 문화소비형태들이 더 자연스럽게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스낵처럼 쉽게 취한다는 ‘스낵컬쳐 콘텐츠’를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맞닥뜨리게 된다. 편리함의 이면에는 더 빠르게 핵심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를 요구하게 되고 지식을 단편화 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며 몇 날 며칠을 읽어야만 숙지할 수 있는 책의 요지들을 단 몇 분만에 또 몇 초 만에 휴대전화기나 영상 매체 등의 핵심만을 보고 책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다 알고, 전부를 파악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우리는 현 사태로 인하여 주어진 매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의 올바른 기준이 필요하다.
전달만 받고 실행하지 못하는 지식을 진정한 지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때 필자는 진정한 앎이라 할 수 있는 암묵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철학자이면서 물리학자인 폴리니(Michael polanyi)는 책이나 이론에 의한 명시적인 지식 이외에 개인에게 체화된 암묵적인 지식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하였다. 즉 능동적인 참여과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습득에 의한 체화된 지식, 매체로 얻은 지식이 아니라 체험으로 직접 전해지는 지식을 말한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을 보는 방법이나 그림 그리는 표현 방식을 아무리 다양하게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직접 그려보지 않고서는 그림을 그린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눈과 귀와 머리로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단숨에 습득했다는 이유로 모든 지식을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낵컬쳐문화가 저물어가는 시대다. 빠르게 쏟아지는 정보로 자신이 무엇이든 금방 알 수 있다는 관념을 내려놓을 때, 심도있는 앎의 자세가 되어 비로소 우리는 모르고 있던 것에 대해 보이지 않는 것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빠름과 느림이 아닌 자신만의 올바른 기준을 잡는 미학에 대하여 고민해 볼 시기이다.
임정민 수원시인문학자문위원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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