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장수(將帥)의 중요성

김규태 경제부장 kkt@kyeonggi.com
기자페이지

학창시절 누구나, 특히 남학생이라면 더욱 한번쯤은 밤을 새워가면서까지 읽었을 삼국지(三國志). 책의 내용은 다시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동양권을 대표하는 고전이자 필독서다. 스토리 전개는 의미 없지만, 삼국지를 읽다보면 느껴지는 생각이 있다. 바로 장수(將帥ㆍ군사를 거느리는 우두머리)의 중요성이다. ‘100만 대군’ 등 상당히 과장된 표현이 난무하는 삼국지에서 위ㆍ촉ㆍ오나라 군졸끼리 싸움은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

결국 팀의 사기와 승리를 결정 짓는 것은 장수(將帥)의 ‘능력’이었다. 후대에 삼국을 통일하는 것은 조조로 대표되는 위나라였지만, 천하를 호령하고 상대 군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수는 유비로 대표되는 촉나라에 있었다. 관우와 조자룡 등 유비의 장수들은 무예 뿐만 아니라 군졸을 다스리는 능력까지 겸비,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전쟁터에서 삼국 전쟁의 초ㆍ중반 스토리를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양쪽 군사가 대치되는 상황에서 적장을 5합안에 제압하는 이들의 능력은 아군의 사기를 올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9일 새벽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잘잘못은 언급할 대상이 아니다. 향후 법적 공방이 지나 법원의 최종 판결에서 죄의 유무가 결정될 것이다. 그때까지 지켜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무너진 글로벌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포지션이다.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은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네임을 굳건히 다진 국내 굴지의 그룹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다시금 활성화시키기 위해 삼성이 가진 ‘장수(將帥) 능력’을 십분 발휘할 때다. 지금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을 믿고, 또 믿어주는 것이 ‘60억 생존 전쟁’에서 기선을 제압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관우와 조자룡이 각 전투에서 승전보를 올리는 것을 복기하면서 이들의 능력을 신뢰하고, 밀어줄 때 ‘K-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로 도출될 것이다. 일회성에 가까운 지원금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세계를 상대로 싸워 우리의 이익을 창출해야 산다. 그래야 먹거리도,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따오고 생겨난다는 것을 정부와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 지금은 삼성이 대한민국의 ‘관우’이자 ‘조자룡’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