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인구 865만 명으로 경기도보다 훨씬 작다. 그런데 정당은 13개나 되는 다당제 국가이다. 지난봄 국회(크네세트)의원 총선거에서 정원 120명을 13개 정당이 골고루 차지했는데 제1당인 리쿠르당이 36석, 청백당이 33석, 그리고 7석, 5석, 심지어 1석을 얻은 정당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히잡을 쓴 이슬람교 신분의 여성 의원 1명이 탄생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이스라엘 국민의 정치의식이 다양해졌다는 표시이다.
이렇듯 과반을 넘는 정당이 없자 리쿠르당의 네타냐후 총리가 청백당과 연립내각을 구성, 재집권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네타냐후는 2009년 이래 10년 넘게 집권을 하게 되고 연립에 참여한 청백당 당수이며 전 육군참모총장인 간츠가 2021년 11월부터 총리직을 바꾸어 하게 된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정당 간 정책과 이슈를 절충해가며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순탄하게 국정을 운영해 간다.
원래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7대3’이라는 처세훈이 이어져 오고 있다. 100%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70% 선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상술이 뛰어나다고 하는 것도 거래할 때 목표의 100%가 아니라 70%만 되면 30%는 기꺼이 포기하는 데 있다고 알려졌다.
정당끼리의 연립내각 구성이 잘 운영되는 것도 이런 정신이 밑바탕에 깔렸기 때문이고 유대인들이 극히 종교적이면서도 광신자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총선에서 이슬람교 신자가 당선되는 현상까지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이와 같은 ‘7대3’의 처세훈을 우주 원리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우리 인체는 물이 70%이고 기타 유기질이 30%인데 지구 역시 물이 70%이고 육지가 30%로 이루어진 신비의 구성 비율이 유대인들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 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구를 구성하는 육지와 물의 비율,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과 무기질의 비율 ‘7대3’이 깨지면 생존이 파괴되듯이 모든 거래나 삶의 방식도 여기에 맞춘다는 것이다. 우주와 인체의 구성 비율, 그 신비의 법칙을 실생활에서도 적응하는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우리 정치가 참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21대 국회에 와서는 순탄한 의회정치를 기대했는데 역시나 마찬가지다. 특히 180석 가까이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큰 몸집에 맞는 여유와 아량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웠다.
국회의장 선출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이루어졌고, 6월8일 출범을 해야하는 국회 원구성도 기일을 어겼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법사위원장 하나에 매달려 원구성도 날짜 안에 못했다면 정치 협상기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여당은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발목 잡기의 과거 법사위 형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인데 꼭 그렇게 해야만 ‘일하는 국회’가 되는가? 법사위의 기능 조정 등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야당인 통합당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11대7로 국회 상임위원장 여야 배분을 협상안으로 의총에 회부했으나 부결시켰다. 그러면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원내대표의 입장은 무엇인가. 원내대표가 권한 없는 메신저에 지나지 않는다면 국회의장이 협상기일을 3일 더 연장했다 해서 원만한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정치, ‘7대3’의 원리를 배웠으면 어떨까.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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