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게임하는 아이, 지지해주세요

“우리 아이 게임시간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이 불편하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다양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특히 아이들이 있는 학부모들이 피로감을 더 호소하는 것 같다. 매끼 식사와 간식, 온라인 수업과 과제까지 챙기면서 온종일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녹초가 된다고 한다.

대부분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게임 좀 그만 하라고 말리는 엄마와 조금만 더 하겠다는 자녀와의 갈등도 높아진다. 한 학부모가 온라인 수업은 제대로 듣지 않고 많은 시간을 게임만 하는 자녀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그만하게 하는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과연 청소년 자녀에게 게임을 그만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소근육이 발달되는 유아기부터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게임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스스로 진화한다.

그러다 초등학교 저학년만 돼도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웬만한 기능들은 다 알게 된다. 그야말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에서 만큼은 자기주도 학습이 우수하게 선행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스스로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자신의 수행능력을 믿는 자기 효능감을 느낄 때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처럼 생각되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 때에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이유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 게임인데 그것을 못하게 할 때 행동이 과격해지고 심한 저항으로 자신의 유일한 자율성을 지키려고 한다.

가족과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대학입시라는 목표를 향해 정주행하다 보니 아이들은 숨 쉴 곳이 필요한데 그곳이 온라인이라는 공간이다. 이런 자녀의 답답함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부모자녀 관계를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지금이라도 자녀에게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그 결정이 부모의 기준에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지지한다면 자녀는 성장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게임도, 자기 삶도 주도적으로 건강하게 조절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예민해지고 힘든 시기다. 그럴수록 작은 일이라도 자녀에게 자율성을 주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부모의 믿음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윤미정 尹가족치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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