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남북한과 욕금고종

경제적 어려움과 또다시 시작된 여야 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에서 난데없이 북한의 2인자로 알려진 김여정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가 발생하자 바로 압록강을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중국의 단동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를 봉쇄하고 북한과 중국 간의 인적, 물적 교류를 차단했다. 코로나가 유입되면 열악한 의료시스템과 경제시스템은 되돌릴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코로나에 따른 봉쇄로 주민들의 경제생활이 어려워졌고 물자가 풍부하다는 평양에서도 배급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여정 담화의 속내를 살펴보면 내부의 어려움을 외부적인 문제로 치환시키는 ‘성동격서’의 전술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국익을 위해 어떤 지혜를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이성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다 어려움에 닥치면 ‘36계 줄행랑’이라는 표현을 곧잘 사용한다. 36계라고 하는 것은 중국의 전략과 전술을 담아놓은 책이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36계의 제6계인 성동격서라고 한다면 우리도 그 안에 담긴 전술 중의 하나를 찾아 북한에 대응할 수 있다. 상대방을 끝까지 몰아붙여 무력으로 제압하려고 할 경우 이에 따른 우리 측 손실도 이에 버금갈 것이 틀림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잡았다 놓아주는 전술’인 36계 중의 제16계인 ‘욕금고종(欲擒故縱)’ 전술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욕금고종의 전술은 노자(老子)에서도 나오는데 “상대를 잡으려면, 즉 상대를 더 이상 나의 적으로 삼지 않으려면 풀어주라”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또 다른 병법서인 귀곡자(鬼谷子)에도 이와 유사한 전술을 언급하고 있다. ‘잡다(擒)’라는 말과 ‘풀어주다(縱)’라는 말은 언뜻 보기에는 모순되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잡기 위해 풀어준다’라고 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이다.

삼국지를 읽다 보면 유비를 보좌하던 제갈량과 남만의 맹획 이야기가 나온다. 제갈량이 중원을 공략하기 위해 수차례 시도를 하고 있었는데 항상 남쪽에 있는 맹획이 문제가 되었다. 제갈량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맹획을 사로잡았다가 풀어주기를 일곱 차례나 반복하였는데 이를 두고 칠종칠금(七縱七擒)이라고 한다. 결국 맹획은 더 이상 촉나라를 괴롭히지 않았고 제갈량은 자신의 의도대로 중원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2018년과 2019년의 남북한 간의 정상회담과 북미 간의 정상회담에서 기대했던 평화의 물줄기가 막혀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미래를 담보하려면 강대강(强對强)의 대치가 아니라 좀 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일 수도 있다.

박기철 평택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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