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인력·청년 수도권에 몰려”
지긋지긋한 국가균형발전論 전개
시민·도민 뜻 헤아리고 글 썼나?
의정부 시장이다. 인구 43만 책임자다. 경기 북부 지역 시장이다. 역차별받는 접경지역이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이다. 31명의 시장군수를 대표한다. 그 안병용 시장이 글을 올렸다. “특례시 명칭 자체가 전혀 공정하지 못합니다.”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적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특례시 지정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특례시 지정 심히 우려된다”고 결론졌다. 정부를 향한 요구다.
글 쓴 날은 15일이다. 내용이 낯설지 않다. 하루 전 비슷한 게 있었다. 경기도가 정부에 낸 건의문이다. ‘특례시 명칭이 적절치 않다’고 했다. ‘비특례시와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취득세 이탈로 경기도 재정이 급감한다는 얘기도 똑같다. 경기도 주장을 재청하는 듯하다. 우연히 닮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대도 문제 될 건 없다. 안 시장 판단의 영역이다. 다만, 경기도민이 거북해 할 법한 구석이 눈에 들어온다.
“자본, 인력,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지방은 텅텅 비워지고….”
국가균형발전 논리 그대로다. 20년째 수도권을 괴롭히는 논리다. 기업 뺏어가고, 공기업 뺏어가는 논리다. 공장 못 짓게 하고, 사유재산 옥죄이던 논리다. 경기 북부 피해는 더 독하다. 못 사는 데도 수도권이라며 묶었다. 아주 가까이는 지역특구법이 그랬다. 기업하기 좋게 하자는 법이다. 지방은 다 포함시켰다. 경기북부는 뺐다. 수도권이라는 이유였다. 의정부 기업인들이 분노했다. 그 논리를 안 시장이 말하고 있다.
“…(특례시 지정으로) 수도권 집중이 더욱 커질 것이다.”
특례시 기준이 바뀌었다. 100만이 50만이 됐다. 100만 기준일 때 특례시는 4곳이었다. 수원ㆍ고양ㆍ용인ㆍ창원시다. 지방에선 창원시 하나였다. 50만 기준이면 지방에 6곳이 된다. 지방이 좋아한다. 전북 국회의원들이 뭉쳤다. 지역에 이익될 법률안을 냈다. 강원도는 ‘우리도 달라’며 목청을 높였다. ‘50만 기준’에 반대하는 지방은 한 곳도 없다. 그런데 경기도 의정부 시장이 반대하고 나섰다. ‘비수도권 망한다’고 걱정하면서.
“국민은 누구나 어디에 거주하든 차별해서도 안 되고….”
진짜 차별은 비수도권 우대론이다. -비수도권이 못 살고 있다. 같이 잘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차별해야 한다. 수도권 주민은 덜 주고, 비수도권 주민은 더 줘야 한다.- 이거 아닌가. 특례시도 그렇다. -울산에 살면 210명이 공무원 1명의 보호를 받는다. 수원에 살면 362명이 공무원 1명의 보호를 받는다. 광역시와 기초시에서 오는 차별이다. 이를 줄여보자는 단계가 특례시다.- 이거 아닌가. 이걸 안 시장은 거꾸로 말하고 있다.
의정부 시장의 말은 곧 의정부 시민의 말이어야 한다.
특례시 개정안은 문제 있다. 이도 저도 아닌 누더기다. 충분히 반대할 수 있다. 안 시장의 결론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 논리까지 동의할 순 없다. 의정부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 아닌가. 걱정해야 할 건 텅텅 비는 지방이 아니라 텅텅 비는 의정부다. 의정부 시민이라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경기도 31개 시군을 대표하는 협의회장 아닌가. 말해야 할 건 지방 차별이 아니라 경기도 차별이다. 경기도민이라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북한발 사달이 또 경기북부를 덮쳤다. 안 시장의 글 다음 날이다.
‘쿵’하더니 연기가 피어올랐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또 다른 도발도 걱정된다. 면사무소로 날아들었던 북한 고사탄이다. 2014년 그 공포가 다시 주민을 움츠러들게 한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시계는 거꾸로 돈다. 규제 해소는 없던 일로 되고, 기업 유치도 없던 일로 된다. 70년째 반복되는 접경지의 한이다. 이런 경기북부인데 ‘잘사는 수도권’에 묶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에 더 퍼주라고 한다.
사실은 안 시장도 말했었다. “의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각종 중첩규제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재정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동안 역차별로 위축된 의정부 지역경제를 8ㆍ3ㆍ5 프로젝트를 통해 살리겠다.” 그때는 분명 역차별에 맞서는 결기였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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