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학교를 떠나며

오늘도 동백역에서 21번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한다. 이제 얼마 뒤에는 이 길을 지나지 않게 된다. 7월1일자 전보 내신을 냈기 때문이다. 2018년 7월 둘째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하면서 안성에서 용인으로 왔다. 보통 관외 내신을 내면 안 좋은 곳으로 보내진다고 했는데 나는 사람들이 좋은 곳으로 왔다.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직장생활은 신난다. 서류철을 묶으면서 ‘참, 일 많이 했네’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동안 던져 놓기만 해서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도 했다. 윤 주무관님이 낑낑거리며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도와주겠다며 나선다. 경력이 많으셔서 우리 행정실 알쓸신잡(알고 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잡학사전)이시다. 모르는 게 있을 때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하면 명쾌한 답을 주신다. 나의 훌륭한 멘토였다. 꼼꼼하셔서 행정실 살림도 모두 도맡아 하신다.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춘 우리 계장님은 업무뿐만 아니라 육아 고민이 생겼을 때 조언해주신 것 또한 도움이 많이 됐다. 하루종일 코로나 방역에 힘쓰고 있는 우리 시설주무관님은 방역하는 모습을 보고 테러범인 줄 알았다. 정말 이렇게 열심히 일 하시는 분은 처음 본다. 에너지가 넘쳐 쉼 없이 일하니 정말 터미네이터 같다. 교직원 누구의, 어떤 요청이라도 모두 수락해주는 분이다. 조용한 카리스마를 가진 우리 실장님은 인건비 소요액 신청이나 정산 있을 때마다 퇴근시간 넘겨서 집에 보내드려 죄송하다. “실장님~ 이제 다 됐어요. 올리고 있어요. 가시면 안 돼요.” 그럴 때마다 웃으시면서 “괜찮아요. 천천히 해요.”라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죄송하고 감사했다. 항상 겸손하시고 친절하시고 일을 조용히 빠르게 처리하셔서 배울 점이 많았다.

우리 행정실 식구들이 나에게 정말 잘해줘서 다른 학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다.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공간을 떠나려고 하니 두렵기도 하다. 우리 학교는 행정실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하고 단합이 잘 된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전입 오신 분들 환영회도 못하고, 교직원 체육대회도 못하고 있지만 서로 아끼는 마음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년의 일상과는 다르게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낯선 모습이지만 눈빛마다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는 간절함과 결국 이 위기를 잘 이겨내리라는 믿음이 어려 있다. 우리 교직원분들의 방역관리로 완전한 등교는 아니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나올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빨리 코로나19가 진정돼 더욱 활기찬 학교 모습을 되찾았으면 한다.

▲ 홍영옥
▲ 홍영옥

6월 급여 마감시간이 다 돼 교장선생님께 결재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장선생님~ 행정실 홍영옥입니다. 오늘 급여 마감날입니다. 나이스 결재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교장선생님의 ‘울 홍 선생님 내신냈다고 하니 내가 힘이 없다. 그동안 너무 수고했는데 내가 잘 못해준 것 같기도 하고….’는 문자를 받고 순간 울음보가 터질 뻔 했다. 모든 분들을 언급하진 못했지만 부족한 나를 2년 동안 잘 챙겨주신 우리 교동초등학교 교직원 여러분께 감사하다. 정말 즐겁게 생활했다. 다른 학교 가더라도 교동에서 받은 사랑은 잊지 않겠다.

용인 교동초 주무관 홍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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