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동학대 ‘지역 안전망 생태계’로 대응

매년 끔찍한 학대사건이 어른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아동학대는 매년 1만 건 이상 신고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경기도의 일이 된다. 하지만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 14개소는 31개 시ㆍ군으로 이뤄진 넓은 경기지역을 관장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제는 지역사회 내 아동학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여 적극적인 대응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촘촘한 법망으로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들을 연구해야 한다.

선행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아직도 ‘매로 키운 자식이 효도한다’는 말 속에 부모에게 자녀 체벌권이 용인되고, 우리는 이웃의 아이가 보내는 위험신호를 무심히 지나치고 있기도 하다. 학대 살인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아이를 훈계하기 위한 징계권을 행사하다 이루어진 일’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부모들이 있다.

스웨덴은 1979년부터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녀 체벌 금지’ 법제화가 논란이 되고 성인 40% 이상이 훈육과 학대의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민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아동을 인격적으로 독립된 존재로 보지 않는 매우 낮은 사회적 인식 수준이다. 스웨덴의 자녀 체벌 금지법은 ‘자녀 체벌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함으로써 체벌이 80% 이상 감소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부모의 인식전환을 위해서라도 관련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작년 5월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아동학대 대응을 위해 공공성 높은 행정 지원체계를 직접 움직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기관이 담당해온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시ㆍ군ㆍ구 전담 공무원이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공공중심 대응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응체계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현장의 걱정도 높다.

경기도에서는 지역사회 아동학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광역 차원의 총괄조직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예방업무 공백이나 위험도가 높은 중대사건에 대한 대응은 현장경험이 부족한 공무원만으로는 쉽지 않다.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역 관계기관, 경찰 등의 상설협력 네트워크 체계인 가칭 ‘경기도 거점 아동학대 대응센터’ 설치를 제안한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구심점이 되어 조사업무와 지원체계가 함께 하는 ‘지역 안전망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심점을 가진 조직은 광역단위의 아동학대 예방사업 지원과 캠페인, 간담회 등을 추진해 아동보호 안전망을 촘촘하게 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시ㆍ군 지역 간 협력을 위한 기초정보 구축과 공유도 필요하다. 민관 정책주체들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경기도 특성을 반영한 효율적인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정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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