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교실서...꿈꾸는 미래

우리 가족은 도시에 살지만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올 봄에는 완두콩 농사가 제법 잘 됐다. 적당히 추운 봄 날씨 덕분에 벌레는 적었고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완두콩이 잘 자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심은 완두콩은 6년 전 제주도 가족여행 갔을 때 산방산 농부 할망께 얻은 ‘제주보리콩’이다. 따뜻한 제주에서는 겨울 오기 전 심어 봄보리 수확할 때 딴다는 ‘보리콩’을 이젠 제주만큼 더워진 안산에서도 잘 키우고 있다.

작은 텃밭농사조차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후위기의 영향을 피하긴 어렵다. 매년 겨울이 춥지 않으니 벌레가 기승이고 태풍은 더 자주 온다. 텃밭에서는 자연스럽게 플라스틱과 비닐, 화학비료와 농약 남용이 얼마나 생명에 해로운지 알 수 있다. 물과 공기의 오염, 급격한 기후위기를 책으로 읽거나 동영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감하게 된다. 덕분에 엄마 잔소리가 없어도 밥알 하나 남기지 않으며, 재활용과 텀블러 사용도 생활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고등학생들은 입시에 쫓겨 중요한 환경문제와 기후위기는 논술과제로 접할 뿐이다. 학교 텃밭은 고사하고 미세먼지 덕분에 체육시간 운동장조차 못 나가는 날도 꽤 많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6월부터 에어컨을 최대한 가동해야 할 만큼 교실은 비좁고 답답했다.

그러던 우리 교실이 달라졌다. 미세먼지와 공기정화에 도움을 준다는 초록식물이 벽을 가득 메우고 실시간으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 공기질이 측정돼 자동으로 환기되는 친환경 교실이 된 것이다. 초록이 만발한 우리 반 교실은 쉬는 시간 다른 반 친구들이 구경을 올만큼 명소가 됐다.

초록 생명의 영향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집중력은 좋아지고 친구들 발표도 더 늘었다. 숨쉬기도 조금 더 편하고, 눈의 피로도 덜한 것 같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좀 더 차분하고 부드러워졌다고 선생님들도 칭찬하셨다. 기분 좋은 교실! 초록색 친환경 교실을 만드는데 애써주신 선생님과 관계기관 분들께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시범교실인 우리 1-10반의 성과가 좋아야 다른 교실도 초록빛으로 바꿀 수 있을테니 식물 하나하나 돌보는 마음도 진지하다. 덕분에 격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도 늘었다. 꼭 좋은 결과가 나와서 내년에는 우리 학교 모든 교실이 친환경 교실이 됐으면 좋겠다.

사실 수십 명이 하루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보내는 공간에서 초록 잎 하나 키우기 어려웠다는 게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완두콩처럼 예쁜 초록빛 식물이 가득 찬 교실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각종 식물이 자라는 텃밭에서 지구와 나의 미래를 꿈꾼다. 코로나19 이후 초록색 교실, 초록 우선 생태교육, 초록빛 지구를 지키기 위한 모두의 노력을 위해 꼭 학교는 초록빛 친환경 교실로 바뀌어야 한다.

김이현(안산 송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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