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코로나와 올림픽 유산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그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잊히지 않는 일은 무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코로나바이러스를 꼽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장 최근의 일이어서도 그렇지만, 경제, 사회, 정치, 교육, 스포츠까지 우리 사회 모든 부분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계를 불과 몇 년만 되감더라도, 그곳에는 평창이 있었다. 올림픽과 연관된 국정농단 사건, 북한 위협 및 환경 파괴 논란 등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평창에 대한 우려들이 팽배했음을 기억한다. 물론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면서 역대 최고의 동계올림픽으로 만들었다. 즉, 평창은 최악의 우려를 딛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던 매우 뜻깊은 장소가 된 것이다.

이곳 평창에 업무차 다시 들리게 되었다. 2년여 만이다. 영광스러웠던 올림픽의 흔적은 이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주 경기장은 철거되었고 올림픽 시설들은 멈춰버렸다. 올림픽 시설들은 빛바랜 시설로 점차 변해가고 있어 올림픽의 흔적은 ‘평창’이라는 이름 말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올림픽 직후 찾은 이곳에서는 평창의 미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계속되는 시설 철거로 올림픽 역사(歷史)를 해체하고 있었다. 2년 후 오늘 그 해체는 올림픽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남겨 버렸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신과 기억은 평창을 기억하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문화 활동이 마비된 지금,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평창을 즐기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사람들은 얼굴에는 마스크가 씌워져 있고,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지키느라 여기저기서 불편함은 찾아볼 수 있지만, 가족들이 어우러져 평창을 즐기는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해 보인다.

청정 강원도와 평창의 자연 유산이 올림픽을 만나, 올림픽의 레거시로 거듭나고 있다. 올림픽의 유산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올림픽이 없었다면 이 모든 도로, 숙소, 올림픽 개최지였다는 이미지는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올림픽 이후 시설들이 철거되고 시설의 사후 활용방안이 도출되지 않았을 때는 모든 것이 절망스럽게만 느껴졌는데, 올림픽 무형의 레거시인 올림픽 정신과 기억은 우리에게 남아 평창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최악의 우려와 최고의 결과가 혼재되었던 이 역사적 공간이, 코로나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쉼터로 다가온다. 올림픽 유산의 새로운 발견이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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