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차별금지법의 미래

지난 6월 29일 장혜영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법(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목을 끄는 것은 6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 시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조속히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공식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2006년 국무총리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지 14년 만의 의견표명이다.

두 안(案)은 대동소이하다. 공통점은 현행 헌법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적 현실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핵심은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ㆍ예방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실효적으로 대응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실효적인 차별 구제수단들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차별금지법안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 23개의 차별사유를 예시하고 있는데, 평등법안은 언어와 국적을 제외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나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행위 외에도 괴롭힘, 성희롱을 차별로 보았다.

또한, 법의 적용범위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영역 안에 외국인으로 규정해 개인을 범위로 한 반면, 차별금지법안은 법인까지 확대·적용한 것이 눈에 띈다.

사실 한국은 다수 국제인권조약을 조인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지만 국제적으로 합의된 UN의 인권규범을 이행할 포괄적인 법률을 갖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장애, 여성, 연령, 특정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의 경우, 개별 법률로 금지하고 있지만, 국제 규범에 발맞춘 적절한 대응을 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다원화 사회를 반영하려면 차별금지법(평등법)이 필요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30년 만에 추진된 10차 개헌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기본권 강화의 내용 중에도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특정 종교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대와 반발을 겪었다. 모든 법률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만큼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취지와 의의에 공감할 수 있도록 대국민 여론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조양민 행동하는 여성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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