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위기 다음은 기회다

김규태 경제부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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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여러 속설 중 하나가 바로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직전 수비에서 만루의 위기를 잘 넘기면 다음 공격에서 점수를 내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이 상황을 좀 더 분석해보면 수비 상황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집중력을 극대화해 고비를 넘기면 고도로 집중된 운동 신경이 공격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빛을 발해 득점에 성공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프로야구로 따지자면 우리를 위기에 몰아 넣은 상대팀의 공격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7월7일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영업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으로 번져 나갈 당시, 올해 성장에 대해 비관 또는 회의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각 국가가 전염에 대한 우려로 나라의 관문인 공항을 사실상 폐쇄하면서 비즈니스를 위한 모든 교류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기술력이 총 망라된 휴대전화를 비롯해 첨단 가전 산업은 그 나라의 현실에 맞는 ‘타겟팅 비즈니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올해는 그 기회가 고스란히 사라졌기에 우려의 목소리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깜짝 실적을 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실적 호조로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주목할 부문은 코로나19 여파의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게임 등 언택트(비대면) 수요 증가를 대비하면서 서버ㆍPC 업체들의 반도체 수요 증가를 이끌어 낸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준비하지 않은 자는 기회가 와도 승부수를 띄울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야구가 재미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매년 깜짝 스타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9회말 대타로 등장한 선수가 끝내기 안타 혹은 홈런을 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주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백미가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그 기회가 주어졌을 때 똑같은 영웅이 되지는 않는다. 그 단 한번의 기회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서로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세상을 바꾼 새로운 유형의 위기다. 하지만 그 위기 뒤에는 분명 기회가 존재한다.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에서 새로운 유형의 기회를 모색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

김규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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