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광교에는 큰 호수가 2개 있는데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로 불린다. 호수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는데 나도 가끔 가족들과 호숫가를 산책할 때마다 이 큰 호수는 어디에서부터 흘러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지 항상 궁금했다.
아빠는 “아마 광교산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것이 아닐까?”라며 언제 한번 직접 탐사를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7월11일 11시, 드디어 아빠와 동생과 나는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아빠는 거리와 시간을 잴 수 있는 휴대폰 앱을 작동하면서 탐사 시작을 알렸다. 우리 집 앞 하천은 원천호수와 연결되는 초입에 있는 ‘여천’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이 물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호수공원의 발원지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과연 얼마나 오래 걸릴까? 이렇게 큰 호수의 발원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설마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일말의 기대와 걱정을 안고 출발했다.
다행히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공원산책로와 같이 잘 정비돼 있었고 조금 걷다 보니 내가 다니고 있는 산의초등학교가 나왔다. 산의초등학교를 지나 5분 정도를 더 걷고 나니 큰 비가 내릴 시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 표지판과 함께 돌다리가 나왔다. 돌다리를 껑충껑충 뛰어 건너고 나니 물길이 넓어지면서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큰 교회를 지나 얼마 되지 않아 어두컴컴한 터널이 나왔다. 시계를 보니 30분 정도 걸어온 것 같다. 여기부터는 처음 오는 곳이라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아빠 손을 꼭 잡고 반드시 탐사를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터널을 지나니 광교박물관이 나오고 곧이어 혜령군묘라는 유적이 나왔다. 혜령군이 누굴까 궁금해서 아빠와 함께 잠시 시간을 내어 들러보기로 했다. 이럴 수가! 혜령군은 세종대왕의 동생으로 조선시대 왕족이었다. 우리 동네에 이런 역사 깊은 곳이 있을 줄이야.
혜령군묘를 지나니 하천이 두 개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왔다. 오른쪽으로 가면 우리 할머니가 사는 수지 방면이고 왼쪽으로 가면 경기대학교가 나오는 길이었다. 광교산은 경기대학교 쪽이라 우리는 왼쪽길로 들어섰고 곧 빌딩숲이 나타났다. 조금 지나지 않아 광교역이 보이고 하천이 조금씩 좁아졌다. 점점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슬슬 호수공원의 발원지가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휴대폰으로 지도를 확인하니 물길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날씨가 더워서 땀이 뻘뻘 나고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반드시 끝을 확인하겠다는 마음으로 버티면서 얼마나 더 걸었을까. 길이 끊기면서 산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큰 바위틈 사이에서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록 안쪽으로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돼 있었으나 그곳에서 흐르는 물로 인해 우리 집 앞의 큰 호수가 생겨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조그만 물웅덩이에서부터 광교호수공원이 시작된 것이라니.
아빠 휴대폰에는 1시간7분, 2.96㎞라고 찍혀 있었다. 더운 날 정말 힘들었지만 원천호수의 시작점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는 것이 너무 뿌듯했다. 인증사진을 찍고 다시 집으로 가면서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다음번엔 원천호수가 어디까지 흘러가는지 알고 싶어요”
수원 산의초 박서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