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누적 환자 수가 1천200만명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전 세계 경제는 침체되고 개인의 일생 생활 속 자유는 제한되고 말았다. 이 같은 큰 변화 속에 숨겨진 코로나바이러스의 역설적인 모습이 있다. 비록 수많은 공장이 멈추면서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게 됐지만 덕분에 전 세계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을 수 있었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대기 질 또한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인적이 끊긴 도심 속에는 야생동물이 출현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됐고 인도 북부 잘란다르에서는 약 160㎞ 이상 떨어져 있는 히말라야산맥을 40년 만에 육안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일상생활 속 내가 직접 마주한 하늘만 봐도 예전과는 달리 푸른 모습이었고 도로 위의 차들도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어서 정말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등교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공기가 맑아지는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단순히 대기가 조금 깨끗해진 것을 가지고 유난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기오염이 연간 700만명의 조기 사망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숫자로만 따지면 같은 기간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보다 20배 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인데, 아마 그 누구도 유난이라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지구를 괴롭혀 왔는지 생각해보며 반성하게 된다. 무작정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얽맨다고 원망만 할 것이 아니라 생기를 되찾은 자연의 모습을 보며 여태껏 얼마나 인간을 위해 무분별한 희생을 강요했는지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사실상 자연을 잠시 쉬게 해주는 데에는 어떠한 인위적인 요소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연의 회복 능력이 이리도 빠르다면 우리의 욕심을 조금만 덜어내더라도 자연과 함께 더 오래오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머리로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 식상하다’, ‘귀찮다’ 등을 핑계로 실천하지 않았던 종이 아껴쓰기, 불필요한 조명끄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등의 단순한 것들이라도 제대로 실천하게 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를 비롯해 각국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잠시 멈춘 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운 기적과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통해 기적은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꼈기를 바란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힘이 분명 있다.
수원 대평고 차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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