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공짜심리와 기만상술

얼마 전 둘째 딸아이가 기쁜 목소리로 집안의 정적을 깼다. “가족사진 무료촬영 행사에 당첨됐다”며, 큰 행운을 잡은 것처럼 의기양양하다. 순간 직업의식이 발동한다. 기만상술이 의심된다. 딸아이가 당첨된 절차대로 해봤더니 역시 무조건 당첨이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상담사례를 찾아봤다. 비슷한 소비자의 불만이 수십 건이다. 무료인 줄 알고 사진관에 갔는데 촬영이 끝나니 80만원에서 200만원 가까운 금액을 요구하더라는 상담이 대부분이다.

사실 가족이 다 시간을 내 모이기도 어렵다. 어렵게 모여 들뜬 마음으로 사진관을 찾는다. 메이크업을 해주고, 여러 가지 옷도 입혀준다. 2시간 가까이 수백 컷을 촬영한다. ‘공짜라면서 이 정도까지 해주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이미 시작된 촬영을 중간에 포기하기도 어렵다.

촬영을 마치고 촬영한 이미지를 받으려 하니까 그건 비용을 내야 한단다. 일단 메이크업 3만 원, 옷 대여료 3만 원, 큰 액자와 촬영원본을 원본으로 받는 대가가 170만 원이라고 한다. 무료라고 하지 않았느냐 항의하니 원래 250만 원인데 할인해주는 거고, 정 싫으면 작은 액자는 하나 준다고 사기라고 하기도 어렵다. 웃는 얼굴로 2시간 촬영했는데, 매몰차게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카드결제를 하게 된다. 냉정하게 정리해보니 ‘무료이벤트 당첨-사진촬영-대금 결제’ 상술에 당한 거다.

주식투자를 하고 싶은데 투자방법도 모르고 시장분석도 모른다.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주식투자 무료체험’을 해준단다. 전문사이트답게 시황을 분석하는 화면이 작동되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무료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심스럽다. 자료를 찾아보니 지난 4월 한국소비자원에서 ‘주식투자서비스 피해예방주의보’를 발표했다.

지난해 주식투자서비스 피해구제 건수가 3천237건이고 2018년보다 2배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1인당 평균 계약금액은 373만원, 최고 계약금액은 3천600만원이라는 내용도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사례도 찾아봤다. 560만원을 낸 소비자가 한 달 만에 해지를 요청했더니 46만원만 돌려준단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공짜심리를 이용한 기만상술은 뿌리깊고 다양하다. 홍보관(떴다방)에서 공짜로 생활 소품을 나눠주며 건강식품 판매하는 상술, 유명가수나 예술단 무료공연을 내세우고 상조회 가입시키는 상술 등. 아주 오래된 수법이지만 소비자피해는 여전히 접수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기분 나쁘지만 교훈적인 속담이다. 무료라고 해서 무조건 믿는 것은 현명한 소비자가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그에 걸맞은 물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이 똑똑한 소비자다. 기만상술은 사라져야 하지만 소비자는 더 현명해져야 한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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