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여행을 가서 화장품과 인삼을 많이 사고 싶어요.”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씨트립이 오랜만에 한국관광상품 판매에 나서자 중국 젊은 여성이 TV에서 한 말이다. 우리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3년 동안 한국 관광에 빗장을 걸었었는데, 소위 한한령(限韓令) 해제 신호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특히 주식시장에서 화장품 관련주가 10% 이상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왜 이처럼 중국 사람들이 한국 화장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우리 화장품과 화장술이 큰 인기다. 특히 10~20대 여성들이 눈이 커 보이는 식의 한국식 화장법, 소위 ‘얼짱 화장’이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미용 산업이 각광을 받자 ‘K-뷰티’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한국식 미용을 특징 있게 표현하는 것인데 유럽 미용의 중심지 프랑스 파리에까지 상륙하고 있다.
요즘 야구의 종주국이라 할 미국에서는 ‘K-야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코로나 때문에 미국 야구가 잠자고 있을 때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미국 스포츠 전문 TV ESPN이 미국 전역에 중계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코로나 감염의 방역 차원에서 무관중으로 게임을 하되 관중석에는 유니폼을 입힌 인형을 앉히고 특히 한국 선수들이 잘 하는 ‘빠던’ 행위 같은 것이 미국 야구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빠던’은 야구 방망이 ‘빠따’와 ‘던지다’의 앞글자로 만든 야구에서의 속어로 미국에서는 ‘배트플립(bat flip)’이라고 하는 데 금기시되고 있는 것.
이처럼 금기시되는 ‘빠던’이 한국 선수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것이 오히려 야구 경기보다 더 흥미를 끌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창의적인 한국 야구의 한 모습, 이른바 K-야구다. 이어 K-골프도 세계 골프계에 선을 보였다. 역시 무관중으로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30억 상금을 걸고 출발하여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번 골프투어는 무관중이었지만 원하는 선수만 따라다니며 밀착 방송을 하는 등,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팬서비스까지 등장해 ‘창의적 대회 운영’이라는 평을 받았다.
K-팝은 이미 세계적 인정을 받은 지 오래다. 서태지, HOT, 그리고 최근의 방탄소년단(BTS)까지. 특히 방탄소년단은 미국 대통령 선거판에까지 영향을 주는 존재로 부각 되었다. 지난 6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100만명을 동원, 기세를 올리려던 유세 계획이 방탄소년단 팬들 때문에 골탕을 먹었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와 의료 시스템이 세계적 찬사를 받아 ‘K-방역’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 가령 감염 여부를 자동차에 탄 채로 빠르게 검사를 받는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진료’ 같은 것이 K-방역의 주요 핵심인데 이런 모든 것의 특징은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창의성이 대단히 높다는 이야기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것 역시 그렇고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23번 완승을 한 것도 탁월한 창의적인 전술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창의력을 가진 민족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치는 그렇지 못하고 계속 조선시대의 패당(牌黨)적 행태를 벗어나질 못하는 것이다. 정치마저 세계가 감탄할 ‘K-정치’가 탄생할 날이 있을까.
변광섭 칼럼니스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