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창시절 기성세대는 우등생이 되려고 참 열심히 노력했었다. 학교 안 눈에 보이지 않는 우등생 열등생이라는 반강제적인 신분의 차이 속에서 학생 개개인의 개성은 인정받지 못했고, 중ㆍ고ㆍ대학 입시의 표준화된 이정표 아래 ‘학력고사’라는 일방통행으로 줄 세워져 능력 평가를 받아야 했었다. 심지어 도덕성(인성)의 우위까지 성적 우수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일쑤였고 학력의 열등생이 인성의 열등생으로 확대 해석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빈번히 발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시대의 ‘우등’, ‘열등’과 비슷한 요즘 아이들의 표현으로 ‘인싸’, ‘아싸’를 들 수 있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 ‘아싸’는 아웃사이더(Outsider)의 줄임 표현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또는 그렇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친구를 말한다. 전자가 기성세대에 의한 학력평가 중심의 강제적 표현이라면, 후자는 사용 당사자에 의한 보다 상호관계 중심의 자발적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요일 아침마다 청소년의 지식과 상식을 자랑하던 TV 프로그램 ‘장학퀴즈’를 기억할 것이다. 그 당시 누구도 알지 못할 것 같은 정답을 암기하고 있는 우리의 친구는 특별하고 소중했고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스마트폰으로 우리에게 특별한 친구의 대상은 달라졌다. 관계중심의 재능이 뛰어나고 인성이 우수한 특별한 친구가 ‘인싸’의 반열에 새롭게 올라온 것이다. 미래학자들의 주장처럼 신세대들도 우수학력을 이미 특별하지 않은 여러 재능 중에 그저 하나의 재능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또래들 사회에서 멋있고 재능있고 고민을 잘 들어주고 늘 함께하고 싶은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신세대들은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보다 알찬 현실적인 행복을 선택한 현명함이랄까. 필자에게 신조어 ‘인싸’, ‘아싸’의 탄생은 “신세대들이 어리석은 기성세대를 향해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라”는 따끔한 꾸짖음으로 들려온다.
우리는 금세기 가장 아픈 기억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찰의 결과로 만들어진 세계최초 인성 교육법(2015년 7월)을 의무화한 나라이다. 이제 기성세대는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 신인류에게 ‘인성’을 기반으로 한 경쟁보다 개인의 개성과 행복이 우선되는 새로운 교육제도를 선물해야 할 때이다.
송창진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교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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